[토요 TV영화] EBS '목인의 신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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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목인의 신부 (EBS 밤 10시)=사랑에는 국경도, 계급도 없다 한다. 하나 아직도 국적때문에 혹은 부나 학력 차이때문에 사랑이 막히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하물며 봉건적 굴레가 확고했던 1920년대 중국 땅에서야 오죽했으랴. 이 영화는 인습의 벽을 뛰어넘으려 한 남녀를 통해 시대에 억눌린 개인의 욕망을 파헤친다.

황지엔신 감독은 첸 카이거(陳凱歌).장이머우(張藝謀)와 함께 문화혁명을 경험하고 80년대 중반에 영화계에 뛰어든 이른바 '중국 5세대'감독군에 속한다.

결혼을 위해 신랑집으로 가마를 타고 가던 신부가 마적단에게 납치를 당한다.소식을 듣고 신부를 찾아나선 신랑은 총을 꺼내려다 폭약이 잘못 터져 숨진다. 그러자 당시 신부를 호위했던 하인 우쾌가 마적단을 찾아 나서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우쾌의 도움으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신부. 그녀에게 고난은 오히려 이 때부터 시작된다. 마적단에게 몸을 망쳤다고 의심한 시어머니가 사람 형태로 깎은 나무 인형(木人)과 결혼시키는 것이다.

광활한 대자연의 풍광을 은은하게 배경에 깔고, 눈 앞의 자잘한 욕심과 인습에 묶인 인간의 왜소한 모습을 대조함으로써 인간의 존재 조건을 돌아보게 만든다.

현재의 우리도 어떤 인습에 눈이 가려 정작 봐야할 것을 못 보고 있는 건 아닌지,개인이 불가피하게 던져진 역사 속에서 각자의 운명이란 얼마나 흔들리기 쉬운 것인가 등등. 여기다 숙명적인 젊은이들의 사랑은 눈물겹다.

결혼 풍속과 주거 양식,장례 풍속 등은 볼거리 차원을 넘어 문화인류학적 가치를 지닌다. 원제 The Wooden Man's Bride. 94년작. ★★★☆

(★5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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