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이세돌 "창호형 오늘을 기다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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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이창호9단(26)과 이세돌3단(18)이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났다. 연초 LG배 결승전에서 먼저 2연승하여 우승을 눈앞에 뒀으나 믿을 수 없는 3연패를 당하며 분루를 삼켜야 했던 이세돌3단은 절치부심 재대결을 기다려왔는데 드디어 소망을 이뤘다.

제6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 10일과 11일 양일간 부산대학교에서 펼쳐지는 이번 대회는 이창호와 이세돌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 외에도 조훈현.마샤오춘(馬曉春) 두 거목을 향한 신예 안달훈4단과 박정상2단의 가파른 도전, 그리고 창하오(常昊)9단을 제물로 4강 진출을 노리는 여성최강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의 집념 등 짜릿한 명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이창호9단 VS 이세돌3단(10일)=5월의 대 역전극 이후 하늘을 찌를 듯하던 이세돌의 기세도 일단 주춤한 인상. 그러나 이3단은 지난 9월 26일 벌어진 KBS바둑왕전 승자결승전에서 이창호에게 흑 불계승을 거뒀다. 비록 속기였지만 이3단의 포효가 느껴지는 승리였다. 지금까지 상대전적은 아홉 번 싸워 이9단이 5승4패로 간발의 리드. 다른 사람에 비해 이세돌이 이창호에게 어려운 상대임을 증명하고 있다.

▶루이나이웨이9단 VS 창하오9단(10일)=루이9단은 지난해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필승의 바둑을 역전패한 뒤 상심을 이기지 못하고 깊은 슬럼프에 빠진 일이 있다. 세계대회 우승컵을 향한 루이9단의 집념을 말해주는 것인데 최근 중국랭킹 1위로 복귀한 창하오9단 역시 첫 세계대회 우승컵에 목마른 것은 마찬가지다. 양쪽 모두 전투형.

▶조훈현9단 VS 안달훈4단(11일)=예선전부터 파죽의 연승행진을 펼치고 있는 전투적 실리파 안달훈의 기세가 놀랍다. 안4단은 국내 다승랭킹에서 10위 안에 들지 못한 상태지만 당당 세계32강에 들었고 본선에서도 일본 다카오 신지7단과 중국 류징8단을 차례로 격파해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조훈현9단에겐 2전2패. 객관적인 전력은 열세지만 가파른 상승세의 안4단은 또 한번의 이변을 기대하고 있다.

▶마샤오춘9단 VS 박정상2단(11일)=지난해 챔피언 유창혁9단을 꺾고 올라온 마샤오춘을 17세 신예 박정상이 마주했다. 농익은 마샤오춘의 기량이 한 수 위인 것은 틀림없지만 일본의 본인방 왕밍완9단과 중국 최강의 신예 구리5단을 격파하고 올라온 박2단도 결코 만만하다 볼 수 없다. 접전에 능하고 실리감각이 뛰어난 박2단으로선 포석에 능한 마샤오춘을 상대로 초반을 잘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우승상금은 2억원. 대국장소는 부산대학교 상남국제회관 1층 문창홀. KBS1TV와 위성방송이 생중계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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