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 아프간 공격] 국내 미국·이슬람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시작된 8일 미군기지 주변은 준(準)전시상태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태원.의정부.동두천 등 미군기지 주변은 미군의 발길이 뚝 끊겼고, 부대 출입자에 대한 검문검색도 더욱 강화돼 주변도로가 오전 한때 교통 정체를 빚기도 했다.

미국 테러 사태 이후 경찰 3개 중대가 배치된 용산 미군기지는 기지 사령부로 통하는 5번 게이트에서 경비용역과 미 헌병들이 이중으로 둘러싼 채 차량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미군 관계자는 "미 헌병대의 지시에 따라 기지출입 제한이 한단계 강화됐다"며 "오늘이 콜럼버스 데이라서 휴일이지만 긴장된 표정으로 조기 귀대하는 미군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세종로 미국 대사관에는 이날 새벽 개전(開戰)과 함께 무장 장갑차와 폭발물 탐지견이 배치됐고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경찰특공대 1개팀이 삼엄한 경계를 폈다.

휴무일인지 모르고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대사관을 찾은 회사원 강모(35.여)씨는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 여파로 미국 입국이 불가능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사관측은 9일부터 비자 발급 업무 등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 미국 기업들도 전쟁의 여파로 국내 미국 기업들에 대한 테러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주한 미상공회의소는 회원 기업들에 테러에 대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말도록 당부하는 공문을 보냈다.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경찰병력이 경비 중인 한남동 이슬람성원 주변도 평소에 비해 사람들의 출입이 크게 줄었다. 이슬람성원측은 사전 약속을 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사원 출입을 막았다.

이슬람성원의 압둘 라쉬드 왜소호(55)선교사는 "예견된 공습이어서 국내 이슬람 교도들은 큰 동요가 없다"며 "이슬람 사회에 대한 반감이 증폭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새벽 3군 작전사령부에 ▶증강된 상황 근무체제 유지▶장성급 이상 지휘관.사단급 이상 참모의 비상 대기▶중요시설 경계.검문검색 강화 등 전군에 군사대비태세 강화지시를 내렸다.

주한 미군도 전국 90여개 미군기지 및 시설에 대한 경계강화 태세에 들어가 영내 출입 차량 등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정현목.박현영.강병철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