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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갈수록 ‘흐릿’ 초등생들 시력 이상 2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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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의 덕수초등학교 5학년 3반 교실.

조은아 담임교사가 칠판에 공지사항을 적자 학생 3명이 눈을 찌푸린 채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고는 칠판에 바짝 다가서서 알림장에 공지사항을 옮겨 적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자리가 맨 앞줄인 이모(11)군도 끼어 있었다. 맨 앞자리임에도 칠판 글씨가 제대로 안 보이기 때문이다. 도수가 높은 안경을 쓴 이군은 “유치원부터 안경을 썼는데 시력이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수업을 하다 보면 잘 안보여서 그런지 눈을 찌푸리는 학생이 많다”고 얘기했다.

이 학교의 건강기록부를 보면 3학년 중 안경을 착용한 경우는 한 반에 3~4명꼴이었다. 하지만 5학년이 되면 10~14명으로 급증한다. 학급당 인원이 27~30명인 걸 감안하면 5학년생은 절반 가까이 안경을 쓰는 셈이다. 조희진 보건교사는 “높은 빌딩에 둘러싸여 전망을 제대로 볼 수 없는 데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컴퓨터를 많이 접하는 환경 때문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시력 저하는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발표한 ‘2006~2008년 학교건강검사 실시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생 중 시력에 이상이 있는 비율(교정·나안 시력 0.6 이하)은 1998년 26.9%에서 2008년 42.7%로 증가했다. 특히 2008년 기준으로 초등생 26.4%, 중학생 54.3%, 고교생 60.8%가 시력이상으로 나타났다.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건양대 김안과병원 김응수(소아사시과) 교수는 “학생들의 학습량이 많이 늘어난 데다 화면이나 글자가 작은 게임기와 휴대전화를 자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시력 저하를 예방하기 위해선 밝은 곳에서 책을 보고 컴퓨터나 게임기 이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부 박희근 학생건강안전과장은 “학생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요소 중 시력 이상이 구강질환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소아과 전문의로만 구성된 학교건강 자문단에 안과 전문의도 포함시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민상·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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