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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한국식 사업 하는 건 바둑판에서 장기 두는 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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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한국에서의 성공 경험은 잊어라. 한국 방식대로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면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지난달 29일 상하이 하워드 존슨 호텔에서 열린 ‘상하이 엑스포와 ‘창싼자오(長三角·양쯔강삼각주) 경제’ 세미나에서 나온 결론이다. 한국무역협회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PwC)가 주최하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와 지식경제부가 후원한 이날 세미나는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200여 명의 기업인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상하이 엑스포를 중국 내수시장 진출 확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다각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김흥수 CJ오쇼핑 부사장은 한국과 중국의 비즈니스 차이를 장기와 바둑으로 비유했다. 그는 “한국에서 사업하는 것이 정해진 룰에 맞춰 시합하고 확실한 승부가 나는 장기라면, 중국은 오묘한 바둑과 같다”며 “중국 사업에서 한국식을 고집하는 것은 바둑판에서 장기를 두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철저히 현지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현순 동원세라믹 회장은 “오너가 직접 챙기라”고 주문했다. 그는 “오너가 직접 중국에 와 하루 스물여섯 시간 일한다는 각오로 승부를 걸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적당히 인간관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법을 지키면서 정공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상류층 소비자를 겨냥한 고급 제품만이 중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영철 보끄레 머천다이징 중국법인장은 “이제는 중국에서 살아남아야 글로벌 시장에서도 살아남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특히 중국의 소비패턴을 주도하는 상하이를 집중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품질과 마케팅에 자신 있다면 동부 연안도시를 먼저 공략하되, 마케팅에 자신 없다면 내륙 중소도시에서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김대영 우리은행 상하이 지점장은 “올 하반기 위안화가 2~3% 절상될 게 분명하다”며 “각 기업은 위안화 환율 변동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경 분야에 진출해 폐수처리 기술을 판매하는 성기장 키스트이엔지 사장은 “중국에 공장을 세워 물건만 만들던 시대는 지났다”며 “한국의 우수한 기술과 브랜드를 활용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비즈니스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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