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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로펌서 뽑고 싶은 VIP는 누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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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강원도는 지적발달 장애인들이 참여하는 ‘스페셜 겨울올림픽’(2013년) 유치를 위해 지난해 법무법인 율촌과 법률 자문 계약을 했다. 율촌이 선택된 이유는 오지철 전 문화관광부 차관을 고문으로 영입한 덕분이었다. 오 고문은 스페셜 올림픽 미국 본부와 직접 접촉해 현지 인맥과 노하우를 충분히 활용했다. 결국 위원회는 개최지로 평창을 선정했다. 중대형 로펌들이 최근 전문화를 위해 정부 각 부처에서 경력을 쌓은 공직자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일부 경제 부처 고위 공직자들을 영입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부처도 다양해지고 경력도 실무자급까지 내려오는 추세다.

송영무 전 해군 참모총장은 지난해 퇴역 후 율촌으로 출근하고 있다. 그는 방위산업 관련 업무의 자문에 응하고 있다. 송 고문은 “군함 한 척을 만들더라도 건조 스케줄 조정과 품질 관리 등을 꼼꼼히 챙겨 고객사인 방산업체에 조언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지평·지성은 2008년까지 남아공 대사를 역임한 김균섭씨를 고문으로 영입했다.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을 지낸 김 고문은 최근 각광받는 자원·에너지 분야의 자문에 응하고 있다. 세종 역시 과학·기술 부문의 비중을 키우기 위해 김원식 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장을 영입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은 변호사를 제외한 회계사·세무사를 포함한 전문직 인력이 200명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윤병세 전 외교안보 수석, 올해는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과 신태익 전 수원세관장 등을 영입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오천석 실장은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외국 로펌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실력 있는 전문가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퇴직 관료 상한가=전문 분야 공직자 중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은 영입 1순위다. 거액의 과징금 취소소송 등 ‘일감’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4급 이상 공정위 퇴직자 중 14명이 로펌에 들어갔다. 한 로펌 관계자는 “공정위 과장급 가운데 실력파를 모셔오려면 연봉 3억원은 줘야 한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사법연수원 수료자 가운데 공정위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지난 3월 공정위가 변호사 2명을 모집했는데 133명이 지원,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보였다.

로펌의 공직자 영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들이 전문 지식을 조언하기도 하지만 ‘로비스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로펌에서 전직 관료들에게 맡기는 주요 업무는 현직에 있는 후배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로펌과 각 부처의 연결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자윤리법엔 퇴직 후 자신의 업무 분야에서 2년간 일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로펌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사각지대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은기 교수는 “고위 공직자들이 로펌으로 진출하면서 새로운 양상의 전관예우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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