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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공용공간 줄이니 방 하나 늘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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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낭비되는 공간을 활용해 주거면적을 10㎡ 이상 더 넓힌 SK건설의 ‘플러스알파 존’ 평면도.

주택 건설은 한정된 공간과의 싸움이다. 특히 아파트는 주어진 땅과 전용면적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성하느냐가 부가가치를 좌우한다. SK건설이 경기도 수원시 권선동 옛 SK케미컬 공장 부지에 지을 3455가구 아파트 단지(6월 분양)가 그런 면에서 관심을 끈다. 분양면적 수치는 종전과 같지만 가용면적이 10%가량 넓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판촉 요소로 삼았다.

85㎡ 주택형의 경우 입주민이 실제 쓰는 공간은 전용면적 85㎡에 발코니 확장으로 생긴 서비스 면적 30㎡를 합친 115㎡ 정도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서비스 면적이 15㎡ 더 많아 사용면적이 130㎡에 이른다고 한다. 전용면적이 같은 주택형을 분양받아 더 많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플러스 알파존’이란 이름이 붙는 이 추가 면적은 입주민 취향에 따라 자유로이 쓸 수 있다. 방으로 삼으면 기존 같은 주택형보다 방 하나가 더 나온다. 85㎡형의 경우 방 5개가 가능하다. SK건설 건축설계팀의 김한수 부장은 “아이들 장난감으로 꾸미면 놀이방, 책장을 들여 놓으면 서재, 컴퓨터를 놓으면 홈오피스가 되는 다목적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공간이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건축 연면적을 늘린 건 물론 아니다. 그동안 ‘숨어 있던’ 공간을 살려낸 때문이다. 복도 등 활용도가 크지 않은 공용공간에 손을 대 꼭 필요한 만큼만 남겨두고 낭비돼 온 공간을 활용했다. 효율적인 동선을 도입해 주목받지 못한 공간을 살려낸 것이 효과를 거뒀다. 김 부장은 “현관에서 안방까지 두 번 돌아가야 하는 것을 한 번에 닿을 수 있게 설계해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남는 자투리 공간들을 모았더니 ‘플러스알파존’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에는 정형화된 우리 아파트 주거문화에 대한 고민이 스며 있다. 그러잖아도 성냥갑처럼 단조롭다는 비판을 들어온 우리나라 아파트는 방·침실·거실로 구분되는 천편일률적인 의식주 중심의 설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입주민에게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는 실용 공간을 손수 만들 여유를 선사하자는 것이다. 상품개발본부의 신희영 상무는 “휴식과 문화·여가에 좀 더 중점을 둔 아파트를 만들어보자는 발상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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