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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생각하는 착한 디자인 여행 ⑦ 페트병, 한 번 쓰고 버리긴 아깝잖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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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쿨하게 들고 다니는 정수기 생수병, 보블

뉴욕에서 최근 출시된 휴대용 정수기병 워터보블은 멋진 필터가 장착된 스타일리시한 물병입니다. 손에 쥐기 쉽게 허리가 잘록하고 동글동글한 550mL짜리 투명한 물병의 입구에는 빨강·파랑·초록·검정·핑크·노랑 색의 필터가 선명합니다. 이 병에 수돗물을 채워넣으면 병에 장착된 필터가 깨끗한 물로 걸러 주니 더 이상 생수를 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필터 하나를 300번쯤 채우는 양인 약 150L를 정수하고 나면 필터만 교체하도록 리필용 필터를 따로 판매합니다. 100% 재활용한 PET 재질로 만들어져 재차 재활용이 가능한 필터와 병 디자인은 뉴욕의 간판 디자이너인 카림 라시드의 작품입니다.

환경호르몬 논란의 주범인 BPA와 프탈레이트가 전혀 없는 플라스틱으로 미국 현지에서 만들어져 장거리 운송에 의한 탄소 배출을 방지하는 등 여러모로 환경을 위해 신경 쓴 이 병을 들고 다니는 쿨한 패션 피플이 눈에 띌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www.watebobble.com

단숨에 우그러뜨리는 페트병

평범한 생수병에 착한 디자인의 원리가 숨어 있기도 합니다. 생수병이 여럿 모이면 쓸데없이 차지하는 부피가 대단하죠. 공기로 채워진 빈 병의 부피를 줄인다면 쓰레기를 수거하거나 땅에 묻을 때 운송비와 장소를 덜 차지할 텐데요.

그런데 여기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는 디자인이 있답니다. 손에 쥐기 쉽도록 파놓은 병의 홈을 잘 이용하면 여러 번 밟거나 힘 쓸 필요 없이 쉽게 우그러지는 병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사실! 병의 디자인 단계에서 단번에 작은 부피로 우그러지도록 홈을 영리하게 서로 연결함으로써 별다른 장치 없이도 환경에 이로움을 더합니다.

편의점에서 병에 붙은 라벨을 한번 자세히 살펴보세요. 유럽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수많은 생수 브랜드 중 이런 디자인의 배려를 작은 그림으로 표시한 병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기업과 브랜드의 이러한 세심한 노력을 소비자가 알아주고 응원할 때 기업은 더욱 신이 나서 환경을 위한 궁리를 하게 되는 겁니다.

어린이를 위한 장난감 물병 와이워터

다 마신 후에는 서로 연결시켜서 블록처럼 갖고 노는 어린이 기능성 음료 와이워터.

미국의 기능성 음료 와이워터는 병 디자인이 재미난 어린이 음료입니다. 사방으로 뻗은 네 개의 뿔로 이루어진 형태의 물병은 노랑·흰색·빨강·주황의 네 가지 색상으로 각각 두뇌·면역·근육·뼈에 좋은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등의 영양소가 특성에 맞게 첨가되었습니다. 두뇌용 노란 병에는 ‘진짜 두뇌 맛이 나지는 않아요’, 근육용 빨간 병에는 ‘누군가 레슬링 한판 하자고 부를지도 모르잖아요’ 등등 어린이들의 기호에 맞는 재미난 문구가 쓰여 있어 흥미를 자아냅니다. 음료는 100% 유기농 원료로 만들어졌고 병 또한 인체에 무해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는데 독특한 형태의 물병은 다 마시고 난 후에 다른 병과 무한히 결합해서 블록처럼 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이 된다는 사실이 주목할 만합니다. 병을 서로 연결하는 생고무 재질의 연결고리는 웹사이트를 통해 배송료만 받고 보내주니 고맙네요. 어린이들은 다 마신 와이워터 병을 DNA와 비슷한 구조로 쌓아 올리며 블록처럼 가지고 놀고 동시에 자원을 다양하게 재사용하는 친환경 태도를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게 됩니다. 여러모로 칭찬할 점을 두루 갖춘 음료입니다. www.ywater.us  

디자이너 박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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