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내 예쁘고 정감있는 '우리말 거리' 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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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글날(9일)을 앞두고 전주시가 시내도로에 정감이 넘치는 새로운 이름을 달아주는 뜻깊은 사업의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주요 간선 도로는 물론 골목길까지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는 지명 대신 역사성과 지역적 특성이 물씬 배어 나면서도 부르기 쉽고 친근한 이름으로 바꾸고 있는 것.

대하소설 '혼불' 을 쓴 작가 고(故)최명희씨의 생가터가 있는 풍남동 동부시장~남천교 도로는 '최명희길' 로 이름지었다.

교동의 코아리베라호텔에서 전동성당에 이르는 '경기로' 는 조선을 건국한 이태조(이성계)와의 인연이 얽혀 있는 역사성을 되살려 '태조로' 로 바꿨다.

주변의 산 모양이 마치 군인들의 투구처럼 보이는 동완산동 시립도서관 앞길은 '투구봉길' 이라고 작명했다.

'팽나무길' (인후동). '개나리길' (서노송동). '소나무길' (서서학동). '매화길' (동완산동) 같은 골목길 이름은 토종나무나 꽃 이름서 따 왔다.

주민 화합을 이뤄 태평스러운 동네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태평스런길' (태평동)도 생겼다.

'빙그레길' (태평동)은 세상살이에 웃음이 가득하길 바라는 뜻에서 제정됐다. 부르기도 편하고 이 길에서는 모두가 행복해지라는 뜻도 담겨있다.

시는 이달 중순부터 고치거나 새로 붙인 이름을 적은 대.중.소형 푯말들을 길목마다 전주 등에 붙이거나 별도로 세우기로 했다.

도로의 새 이름 붙이기는 1999년부터 물류비용 절감과 재난재해 신속대응 차원서 추진하는 새주소 부여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업이 완료되면 총 2천4백70곳의 도로와 골목길이 모두 이름을 갖게 된다. 또 현재 사용 중인 '가' '번지' 는 없어지고 대신 '길' '호' 를 쓴다.

전주시는 내년 초까지 작업을 마무리하고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새 이름이 담긴 안내도를 각 가정에 나눠줄 계획이다.

교사 서영교(45.전주시 효자동)씨는 "과거 행정기관들이 별 생각 없이 붙였던 도로 명칭들은 왠지 딱딱해 정이 가지 않았다" 며 "새 이름들은 친근감이 있어 마음에 와 닿아 좋다" 고 반겼다.

전주시 관계자는 "정겨우면서도 예쁜 우리말을 찾기 위해 교수와 향토사학자 등으로 명칭개정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며 "시민들의 반응도 좋아 앞으로 우리말 거리 이름을 더 늘릴 계획" 이라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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