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형윤 수사팀'도 문책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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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가정보원 전 경제단장 김형윤(金亨允)씨가 우여곡절 끝에 구속됐다.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에게서 두차례 5천5백만원을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다. G&G그룹 회장 이용호씨 비리 의혹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金씨의 구속으로 이용호 게이트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그러나 金씨의 뒤늦은 구속은 이용호 게이트와는 별개의 미스터리다. 金씨의 금품수수 혐의는 이미 지난해 12월 서울지검 특수2부의 동방금고 로비 의혹 사건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돈을 준 이경자씨가 자백한 내용으로, 이번에 적용된 범죄사실이 그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수사상황도 전혀 달라진 게 없는 상태다. 그렇다면 당시에 신병처리했어야 옳았다.

누가 무엇 때문에 공직자 금품수수 수사를 중단시켰는가. 이는 지난해 이용호씨를 긴급체포했다가 하루 만에 풀어준 의혹에 못지 않은 검찰의 비리일 수 있다. 구속영장에는 이경자씨가 두번 모두 직접 金씨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돼 있다. 더욱이 이경자씨에게서 날짜.장소까지 구체적으로 자백받아놓고도 사건을 덮어버렸으니 검찰이기를 포기한 셈이 아닌가.

국가기강 확립에 가장 앞장서야 할 검찰이 고위 공직자의 거액 금품수수를 눈감아 준 것은 직무유기다. 그러므로 당시 주임검사는 더 이상 검사로서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하고 경우에 따라선 형사처벌 대상도 될 수 있다. 그때 지휘선상에 있던 부장.차장검사, 검사장도 마찬가지다.

또한 당시 검찰 수뇌부가 이 사건을 보고받지 않았을 리 없고 그렇다면 검찰 고위층도 이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만일 검찰 지휘부의 수사 방해나 중단 지시가 있었다면 이 또한 직권남용으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이는 검사동일체 원칙이나 상명하복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범죄행위다.

아울러 검찰은 더 이상 '연결 인물 도피' 나 '수사 중단 상태' 등의 군색한 변명으로 적당히 넘기려 해서는 안된다. 검찰 조직이 다시는 이같은 무더기 망신을 당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규명과 문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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