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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석학들이 한국과학계에 보내는 조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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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에 중앙일보는 한국인 과학자로서 생명공학 부냥의 유력한 노벨상 수상 후보자로 꼽히는 재미 석학인 김성완(유타대 석좌교수) · 김성호(UC 버클리대 교수) · 조장희(UC 얼바인대 교수)박사와 좌담회(사회 : 한인권 성균관대 의대 교수)를 갖고 과학 분야의 노벨상을 갈망하는 한국 과학계에 보내는 조언을 들어본다.

이들은 사단법인 한국노벨과학상 수상지원본부 주최 중앙일보 · 과학기술부 · (주)마이진 후원으로 최근 열린 '재미 석학 특별 심포지엄'에 참석차 내한했었다.

"세계적인 스타급 과학자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과학교육도 중세적 개념의 원론을 반복하기보다는 수시로 변하는 학문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바꿔야 노벨과학상 수상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습니다. "

이들 세 교수가 한국 과학계에 한 목소리로 던지는 조언이다.

조장희 교수는 "한국 과학계가 노벨상을 받으려면 그에 근접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그 업적이 세계에 알려지도록 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그 한 방법으로 세계 정상급 과학자에게 각각 하나씩 연구소를 세워준 뒤 연구비를 집중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독일 등 유럽 국가와 러시아 등이 쓰는 과학정책 중의 하나다.

"연구도 사람이 하고, 노벨상도 사람한테 주는 것이므로 사람을 키우지 않고는 노벨상을 타기 어렵다" 는 게 조교수의 주장이다.

김성완.김성호 교수는 과학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나 변함없이 원론적인 학문을 반복해 교육하는 제도는 희망이 없다" 고 말했다. 기초도 변하므로, 학교 교과과정을 수시로 재검토해 수정해야 한다는 것. 학문도 생명체와 같이 진화.발전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재 논쟁이 치열한 생명윤리기본법의 경우 성급한 제정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 이라고 우려했다.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외국의 추세를 봐가며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생체 장기를 배양할 수 있는 줄기 세포의 경우 종교와 도덕성 논란 때문에 연구가 중지돼서는 안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성완 교수는 "탁상공론 등을 앞세워 인류를 위한 중요한 연구를 막는 것은 후손에게 과오를 저지르는 것" 이라고 말했다.

세 석학들은 한국 과학계의 문제점으로 ▶과학계의 리더 부재▶유능한 과학자 유치 노력 부족▶정부의 간섭 과다▶경쟁 없는 연구 등을 꼽았다. 이런 문제의 해결이 한국 과학계의 활로를 여는 열쇠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능한 과학자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1960년 해외 한인 과학자 유치 정책을 다시 대대적으로 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더한다.

조교수는 교수와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들의 벤처창업 지원 정책을 정부의 실책으로 꼽았다. 교수와 연구원들이 본업인 연구보다 사업에 치우치는 것을 '곳간에 말려둔 씨앗을 삶아 먹는 꼴' 이라고 비유했다. 사업은 흥미있는 극소수의 사람만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리〓박방주 기자

◇ 김성완 교수(유타대)

▶서울대 화학과 학사, 유타대 대학원 박사

▶최초의 인공심장기 개발

▶치료용 유전자의 환부 전달의 대가

◇ 김성호 교수(UC 버클리대)

▶서울대 화학과 학사, 피츠버그대 박사

▶생체고분자 결정구조의 세계적 권위자

▶호암상 수상

◇ 조장희 교수(UC 얼바인대)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사, 스웨덴 웁살라대 박사

▶뇌 생리학의 대가

▶침술이 뇌세포를 자극한다는 사실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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