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나 미국이나...불성실한 출연자에게 시청자는 냉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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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호 04면

한국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요즘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쇼 중 하나는 ‘댄싱 위드 더 스타스(Dancing with the Stars)’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유명인이 전문 댄서와 한 팀을 이뤄 매주 경합을 벌이는데, 화려한 의상을 입고 탱고나 차차차 등 볼룸댄스를 추는 모습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스타들이란 연기자·가수·운동선수(안톤 오노도 출연했다) 등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지만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소위 특A급 대형 스타는 아니다. 그동안의 출연진 중 한국에도 알려진 스타들을 몇 골라보면, 배우 파멜라 앤더슨이나 가수 토니 브랙스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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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은 한물간 스타 혹은 이제 막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스타들이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킬 목적으로 출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열심히만 하면 쇼가 진행되는 두 달 동안 매주 시청자에게 얼굴을 내보일 수 있는 데다 매주 쇼에 얽힌 에피소드들이 수많은 매체를 통해 보도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름을 알릴 기회도 늘어난다.최근 이 프로그램의 화제는 단연 케이트 고슬린이었다. 이름만 들어서는 생소하겠지만, 그녀는 한때 ‘존 앤드 케이트 플러스 8(Jon & Kate Plus 8)’이라는 육아일기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었던 TV 스타다. 황당하게도 남편과 이혼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마무리한 그녀는 최근 작정하고 연예계에 뛰어들었다.

‘댄싱…’은 그런 그녀가 선택한 일종의 연예계 데뷔 무대다. 매주 2000만 명가량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자신의 명성을 알리는 데 더할 수 없이 좋은 기회. 하지만 프로그램 중간에 방송된 출연자들의 연습 장면에서 고슬린은 파트너에게 “잘 못하겠다”고 계속 불평을 늘어놓았고 정작 연습에는 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그녀의 퍼포먼스 역시 다른 출연자에 비해 형편없었다. 계속해서 하위권에 머물렀고 혹평이란 혹평은 죄다 그녀의 몫이었다. 한 심사위원은 “쇼핑카트가 움직이는 거 같다”고 말했을 정도. 한 동료 출연자는 “그녀에게 심리상담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어딘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지인들에게 “아무래도 떨어질 거 같다. 자신 없다. 방송사에 나를 지지하는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열 번씩 보내 달라(‘댄싱…’은 시청자의 평가가 채점에 반영된다). 내가 이렇게 빈다”는, 참으로 모양 빠지는 e-메일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지난주 결국 탈락했다.

“아이에게는 역시 엄마가 필요하다”는 진부한 말로 그녀의 커리어를 가로막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짙은 화장과 등이 깊게 파인 드레스를 입고 무대를 누비는 그녀의 모습은, 왠지 행복하다기보다는 안쓰러워 보였다. 혹평을 견뎌내는 그녀의 흔들리는 눈빛도 어딘가 처량해 보였다. 왜 저런 고생을 사서 할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게다가 최근 그녀는 자신의 이혼 과정을 기록한 책에서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일을 처리하려 했던 잘못을 인정했다. 한 언론매체는 이 책을 두고 “전남편에 대한 사과문 같다”고 평한 바 있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있을 곳은 더더욱 화려한 조명 밑이 아닌, 여덟 명의 아이가 기다리고 있는 가정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 역시 아무나 스타가 되는 건 아닌가 보다. 그녀는 아무래도 연예인이 되기엔 너무 오래 일반인으로 살았던 듯싶다.


일간지에서 문화부 기자로 근무하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유학하고 있다. 음악과 문화 등 대중문화 전반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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