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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후배 교육 34년 외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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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 17일 서울 신교동 서울맹학교에서 만난 김기창(59) 교장은 시각장애인 수능시험을 진두지휘하느라 분주했다. 점자로 보는 올해 시각장애인 수능시험에는 17명이 응시했다. 시험문제는 비장애인들과 똑같고 시간만 1.5배를 준다.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내 원하는 대학.학과에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요즘 시각장애 제자들은 우리 때 만큼 공부를 안하는 것 같아요. 일반 학생보다 더 노력해야 하는데…."

시각장애인 교육에 기여한 공로로 19일 대교문화재단의 '2004 눈높이교육상'을 받는 김 교장은 본인도 여섯살 때 실명한 시각 장애인이다. 재직 중인 서울맹학교는 그의 일터이자 모교이기도 하다.

서울맹학교는 시각장애인 전문교육기관으로, 유아.초 .중.고교 과정과 성인 대상의 전공과정에 313명의 학생이 다닌다. 교사는 66명으로 이 가운데 21명이 시각장애인이다.

김 교장은 고교 졸업 후 2년간 부산에서 물리치료사 공부를 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1970년부터 34년 동안 서울맹학교를 떠나지 않았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마.침술용 교재 발간과 장애인 권익보호에 힘을 쏟았다. 91년에는 시각장애인들이 안마.물리치료 등의 분야에서 특수교사가 될 수 있도록 한 '이료(理療)교사 자격제도'가 신설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99년 교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점자 익히기 교과서와 지도서를 썼다. 한편으론 전문지식을 더 쌓기 위해 노력했다. 동국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했고, 지난 8월엔 동국대 특수교육학과에서 '맹학교 이료교육 개선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교장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역시 시각장애인이자 서울맹학교 후배인 부인의 내조가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박봉의 교사가 다른 곳에 눈 돌리지 않도록 부업을 하면서 두 아들을 잘 키워준 아내가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 교장은 지난 5월 스승의 날에는 정부 근정포장을 받기도 했다.

한편 김 교장 외에도 ▶초등부문 이선재(대전 탄방초).박익순(충남 인주초).이동수(제주 남초등)▶중등부문 임동열(전남공고).서영순(중산고).우희권(한내여중)▶유치부문 전종숙(서울 한성유치원 )▶보육부문 임은진(서울 꿈나무어린이집) 교사가 19일 눈높이 교육상을 받는다.

글=하지윤 기자, 사진=신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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