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tart] 'We Start'마을 첫 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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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열린 We Start 경기도 마을 성남시 운영센터 현판식. 왼쪽에서 셋째가 손학규 경기도지사, 둘째는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 김춘식 기자

We Start 마을이 국내 처음으로 경기도에 생겨 18일 전담 인력이 배치되는 등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We Start 운동본부와 경기도가 지난 8월 초 시범마을 세곳을 선정한 뒤 3개월여 만이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형 빈곤층 아동지원 프로그램인 '스타트(start)'를 우리 실정에 맞게 보완한 한국판 모델 We Start 마을이 처음 운영되는 것이다.

"이젠 이름을 한자로 쓸 수 있어요."

초등학교 2학년인 준수(8.가명)는 18일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쓴 뒤 공부방 선생님에게 보여주었다. 얼굴엔 자신감이 넘쳤다. 경기도 성남시 목련 1단지 We Start 마을에 마련된 'We Start 방과후 교실'에서다.

준수는 이날 또래 어린이 17명과 함께 한자교육을 받았다. 부모가 이혼한 뒤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준수가 방과후 연필을 쥔 것은 처음이다. 이날 We Start 마을 프로그램이 처음 가동됐다.

준수와 어린이들은 공부방 교실이 끝나자 함께 인근 '21세기 치과병원'으로 향했다. 이 병원 장영준(46)원장이 We Start 마을 어린이에게 무료 진료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분당에서 15년째 치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장 원장은 "지역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는 병원인 만큼 가난한 지역 어린이들을 돌보는 일도 중요하다"며 "어린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무료 진료를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처음으로 치과병원을 찾는 어린이들도 많았다.

◆ We Start 센터가 추진 중심체=마을 운영의 핵심은 지역 네트워크다. 해당 자치단체의 행정 지원을 토대로 교육.복지.의료 단체와 자원봉사자.주민 등이 종합적인 서비스망을 만들어 마을을 운영하는 것이다. 네트워크의 한복판에는 We Start 센터가 있다.

성남.안산.군포시 등 We Start 마을 센터 세 곳에는 We Start 전담공무원이 네 명씩 배치됐다. 사회복지사.간호사.보육교사 등으로 공부방과 보육센터를 운영한다. 지원 대상 어린이의 가정도 돌본다.

We Start 마을엔 공부방과 보육.조기교육 센터가 신설되거나 추가되고 아동 도서관과 식당 및 급식시설이 만들어진다. 공부방에선 한자.영어.미술 등의 방과 후 교실이 운영된다. 영아.유아 대상의 보육센터에선 유제품을 포함한 필수 영양식품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모든 We Start 대상 어린이의 건강검진을 의뢰하고 개별 건강기록부를 만들어 체계적 건강관리에 나선다.

◆ 마을별 특화 프로그램=시범마을 세 곳엔 지역 특성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안산시 초지동에선 보육센터가 역점 사업이다. 반월공단 배후지역으로 저소득 맞벌이 부부의 보육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안산시 초지동 We Start 센터 이해숙 사회복지사는 "보육 쪽에 1차적 비중을 둬 We Start 보육센터에 보육 전문직 세 명을, 시립 어린이집에는 영아반을 추가하는 한편 어린이집에 오지 않는 영아를 위한 보육 서비스를 구상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We Start 대상 어린이를 위한 건강검진에 불법 외국인 체류자의 자녀도 포함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남시 목련 1단지 마을에선 친구 초청 스키캠프와 동아리 활동이 주요 프로그램으로 추진된다. 동아리 활동은 자전거.인라인 스케이트.사물놀이.미술.음악 등이다. 생활 수준이 높은 분당 아파트 단지 아이들과 같은 학교를 다니며 느끼는 영구임대 아파트 단지 어린이의 소외감을 '친구 사귀기'로 씻어주자는 뜻이다. 해병대 캠프 입소, 원예경험(꽃 왕관.크리스마스 트리 만들기) 프로그램도 같은 취지에서 계획되고 있다.

군포시 산본1동에선 예체능 교실, 책 읽는 교실, 영어 교실, 야간 공부방 운영 등 각종 '교실 프로그램'이 집중적으로 도입된다. 낡은 단독.다세대 주택 밀집지역으로 복지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방과 후 교실에 대한 수요가 많은 점을 고려했다.

특별취재팀=신동재.양영유.최상연 기자

<djshi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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