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집에 살고 싶다] 일산 장항동 2층 주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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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경기도 일산 정발산 밑에는 미국 교외의 목조 가옥을 옮겨온 듯한 주택들이 여러 채 모여 있다.

이국적인 정취로 시선을 끌지만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외국 주거지를 본뜬 모습 때문에 비판의 소리도 높다.

건축사사무소 OCA의 임재용 소장이 설계한 일산 장항동의 2층 주택(건평 80평)은 그런 동네 한가운데서 모더니즘에 가까운 디자인을 가지면서도 우리식 공간분위기를 살려내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정발산을 앞마당처럼 안고 있는 위치에 들어선 이 주택은 마당과 도로 사이에 기울어진 콘크리트 벽을 세워 사생활을 보호했다.

앞마당을 통해 현관에 들어서면 지하 마당이 눈에 들어오고 지하 마당을 중심으로 손님방과 거실, 식당이 배치됐다. 지하마당에 면한 벽과 지붕은 완전히 유리로 처리돼 내부와 외부가 이어진 느낌이 든다.

한편에 대나무가 자라고, 목재바닥으로 꾸며진 지하마당은 옛 한옥의 사랑채 역할을 하도록 계획했다는 것이 설계자의 설명이다.

외부에서 보면 타원형의 원통처럼 보이는 부분은 이 집을 수직적으로 연결하는 계단실이다. 계단실은 천장의 자연광으로 인해 빛이 시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한다.

주택의 재료는 송판 무늬가 박힌 노출 콘크리트, 압출 성형 시멘트판, 티타늄 아연판 지붕 등이 선택됐다. 세월을 견디고 나이를 먹는 재료들이다.

임소장은 "우리의 전통건축이 세월이 지나도 주변의 환경과 적응해 성숙한 아름다움을 유지해 나가는 것을 닮기 위해 노력했다" 고 밝혔다.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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