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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홀리는 김연아, 선을 흘리며 표현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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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속에 남아 있는 잔상으로 일필휘지(一筆揮之)의 크로키(croquis: 용어설명 참조)를 남긴다.

크로키를 위해 언제부터인가 그는 혼신을 쏟아붇기 시작했다. “10초를 그리기 위해 6개월 이상 사물을 관찰합니다.” 의수 크로키작가 석창우는 크로키를 그리기 위해 대상을 집요하게 연구한다. 김연아 선수를 크로키하기 위해 2년 동안 세계선수권대회, 올림픽의 TV중계 모습과 함께 DVD까지 구입해 세세하게 관찰했다. 부드럽지만, 강렬한 선. 김연아 선수의 트리플러츠는 TV에서 보여지는 화려한 모습에서 벗어나, 소박하지만 모델의 내면까지 관조하는 석창우 만의 선에서 다시 숨을 내뱉는다.

1984년 22000볼트의 고압전류에 두 팔을 잃었다. 대신에 신은 그에게 의수와 붓을 새로운 삶의 가지로 부여했다. “두 팔을 잃고 난 후 숨 쉬시는 것, 말하는 것 빼고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지금 저에게 남은 것은 그림 하나뿐입니다.” 작가 석창우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은 크로키를 그리는 것 하나. 때문에 그의 그림은 더욱 절실하다. 그는 이 절실함을 27회 ‘석창우 초대전’에서 김연아 선수를 크로키한 27점의 그림으로 또 한 번 표현했다.

“운동선수를 크로키로 그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선수의 컨디션입니다. 벤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의 동작은 최고였습니다. 저는 마땅히 그 선수에게 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선을 흘림으로써 그 아름다움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기려 한다. 빙판도 없이 과감히 생략된 그 만의 선 위에서, 김연아 선수는 점점이 튀어 오른다.

대한민국 제1호 의수화가, 석창우. 그는 강렬한 붓선의 유혹에 크로기 기법에 통상 사용되는 4B 연필이 아닌 붓으로 누드크로키를 즐겨 그린다. “신이 준 가장 아름다운 선물, 인간의 신체를 선으로 표현합니다.” 선에 미친 나머지 과감하게 생략해 생겨난 미(美)의 공간, ‘석창우초대전’이 오늘(30일)부터 경기도 안산 단원전시관에서 열린다.

한편 ‘석창우초대전’이 포함된 2010 국제누드드로잉 아트페어가 이날부터 5월 5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번 아트페어는 누드크로키시연회도 포함된다. 이 시연회는 작가는 물론 그림 도구를 지참한 일반인도 참석 가능하다. 단원전시관 : 031)481-2474

▶ 용어설명

크로키[ croquis ] : 움직이는 동물이나 사람의 형태를 짧은 시간 내에 스케치하는 것.
인물화에서는 인체의 균형·동세(動勢)·특징 등의 신속한 표현을, 풍경화나 정물화에서는 원근·명암·색조 등의 인상적인 포착을 통한 화인(畵因)의 존재파악을 목적으로 삼는다. 이전에는 실버 포인트(silverpoint : 銀筆), 비스트르(bistre : 갈색 잉크) 등이 쓰였으나 지금은 보통 연필·펜·콩테 등이 사용된다

김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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