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키스탄 주재 아프간 총영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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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프가니스탄은 외세에 굴복한 적이 없다. 미국이 우리를 공격한다면 똑같은 수준으로 미국 땅에 보복할 것이다. "

파키스탄의 카라치 주재 아프가니스탄 총영사 몰비 라흐마툴라 카카자다는 2일 1시간20분에 걸쳐 단독 인터뷰를 하면서 강력한 대미 항전 의지를 밝혔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 세력의 최고 지도자 모하메드 오마르의 생각을 외부에 전하는 '입' 으로 통한다.

- 전쟁을 막기 위해 미국과 타협할 용의는 없나.

"우리는 전쟁을 원치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테러사건이 발생한 20분 후에 테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지만 미국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방측은 소련과의 10년 전쟁 때 우리를 '자유의 전사' 로 칭송했지만 지금은 테러리스트라고 부른다. 이런 상황에서 타협이 이뤄지겠느냐. "

- 탈레반측은 현재 오사마 빈 라덴과 접촉하고 있나.

"연락을 취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는 우리와 함께 소련에 대항해 싸운 전우이자 1급 손님이다. "

- 빈 라덴의 처리 원칙이 있는가.

"그가 죄인이라면 보호할 생각은 없다. 우리는 국제사회에 세가지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그의 범죄 증거를 아프가니스탄 법정에 제시하면 우리가 단죄하겠다. 둘째, 이슬람법에 따라 3개의 이슬람 국가에서 파견한 울레마(이슬람 학자)들이 정황 등을 검토한 후 투표로 그의 인도를 결정한다면 따르겠다. 셋째, 유엔과 이슬람기구(OIC)대표가 직접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해 그의 캠프와 조직을 사찰한 후 범죄 증거를 제시하면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하고 사실상 전쟁을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도 대화를 거부하지 않는다. "

- 북부동맹군이 최근 공세를 취하고 있는데.

"그들은 실제 전쟁을 하지 않고 있다. 단지 서방 미디어를 위해 시늉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야 외부 지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전투를 벌였다는 지역엔 우리 병사들이 없었다. 우리 군대는 그들과 험준한 산악을 사이에 두고 70㎞ 이상 떨어져 있다. "

- 미군기가 파키스탄 영공을 통과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다면 보복할 것인가.

"파키스탄 내 미국 시설과 기관만 공격할 것이다. "

카라치=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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