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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특집 김장] 좋은 재료 고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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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김장의 열쇠는 얼마나 좋은 재료를 구하느냐다.

아무리 속이 꽉 찬 배추도 바람 든 무를 만나면 제 맛을 내지 못한다.

절임용 소금처럼 하찮게 쓰이는 부재료 하나도 자칫 잘못 준비하면 김장을 망쳐버리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좋은 김장 재료만 구해 놓아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김치의 명품을 지향한다는 '수펙스(SUPEX) 김치'의 조리장인 쉐라톤워커힐호텔의 엄기호씨에게 김장 재료 고르는 비법 (秘法)을 들어봤다.

글=유지상 기자<yjsang@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배추
먼저 푸른 잎사귀가 겹쳐 있는 부분을 살펴본다. 장미꽃처럼 단단하게 밀착돼 있으면 일단 합격. 이런 배추는 속이 알차 버리는 잎사귀가 적다. 뿌리가 있는 밑동 부분과 잎사귀 부분의 둘레를 비교해 동일한 것이 상품이다. 배추는 너무 무겁거나 큰 것보다 중간급(3kg 내외)이 좋다. 크기에 비해 너무 무거운 것은 속이 조밀해 맛이 없다. 속을 갈라 보았을 때 속 잎사귀가 연한 노란색을 띠는 것이 좋다. 너무 진한 노랑이나 흰색은 피하도록 한다. 속 잎사귀가 달고 고소한지 직접 먹어보는 것도 괜찮다. 보쌈김치용과 백김치용 배추는 다소 차이가 있다. 보쌈김치용은 푸른 잎사귀가 많은 것이 좋고, 백김치용은 푸른 잎사귀가 적고 배추통 크기가 아담한 것이 적당하다. 시도 때도 없이 고랭지 배추만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강원도 고랭지 배추는 김장용이 아니라 가을 김치용이다. 겨울 김장용 배추는 전라도와 충청도산이 대부분이다.


김장용 무는 조선무를 쓴다. 기다란 왜무에 비해 통통한 외모가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속이 단단하고 물기가 적어 오래 두고 먹는 김장용으로 제격이다. 두께 10㎝.길이 20㎝ 이하인 중간 크기가 적당하고, 겉이 매끈하고 흠집이 없는 것을 고른다. 무청까지 싱싱한 무가 좋은데, 무청 길이는 무의 두 배 정도가 적당하다. 무청과 연결된 쪽으로 연둣빛이 많으면 여리면서도 단단해 맛이 좋다. 하얀 부분이 많으면 오래된 무다. 무를 깎아 먹었을 때 매운맛이 적고 단맛이 나는 것을 고르면 성공. 동치미용 무도 조선무를 쓴다. 무가 크기 전에 미리 뽑은 작은 것으로 담가야 더 맛있다.

소금
배추나 무 이상으로 중요한 김장 재료가 됐다. 중국산 소금이 대량 수입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김치에서 쓰고 짠맛이 나거나 쉬 물러지는 경우는 중국산 소금이 주범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산 소금은 국산보다 염도가 높고 녹는 시간이 길어 입자가 뭉쳐 있거나 간이 고르게 배지 않는다고 한다. 국내산 소금은 수분이 많고 경도가 약해 잘 부서지는 반면 중국산은 잘 깨지지 않는다. 국산은 손으로 쥐었다가 놓으면 손바닥에 많이 붙는데 중국산의 거의 붙지 않는다. 소금은 정제하지 않은 천일염을 쓰는데, 입자가 굵고 보슬보슬한 것을 고른다. 믿을 만한 소금을 구하기 힘들면 여행길에 염전에 들러 넉넉하게 사다 간수를 내려 쓰는 방법도 있다.

고추
통고추를 사서 직접 빻아 쓸 요량이라면 햇볕에 바짝 말린 태양초가 최고다. 태양초 중에서도 크기나 모양이 균일하고 빨간 색깔이 선명하고 윤기가 있는 것을 고른다. 매운맛과 함께 단맛이 나는 것이 좋다. 통고추를 손질해 쓸 바엔 꼭지가 달려 있고 씨도 들어있는 것을 고른다. 비닐하우스에서 말린 고추가 태양초로 둔갑해 시중에 나도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할 것. 태양초는 꼭지가 노란 데 비해 비닐하우스에서 말린 것은 꼭지가 퍼렇고 죽은 노란빛이 돈다.

마늘
크기와 모양이 일정한 육쪽 햇마늘이 최고다. 껍질째 고를 때는 알이 단단하고 골이 뚜렷하며 껍질에 붉은빛을 띠는 것을 선택한다. 깐 마늘을 살 때는 알이 작고 마른 것보다 땡글땡글한 게 좋다.

생강
황토 흙에서 재배한 재래종(개당 80g 정도)이 맛이 제일 좋다. 크기와 모양이 일정하고 껍질에 붉은 기가 남아있는 것을 고른다. 깐 생강은 까기 전에 물에 오래 불려 맛이 싱거우므로 가급적 피한다.

새우젓
오젓이나 육젓을 쓴다. 새우 살이 통통하고 형체가 분명하며 붉은빛이 나면서 노랗게 삭은 것을 고른다. 젓국은 비린내가 나지 않고 고소한 냄새가 나야 한다. 햇간장처럼 맑고 붉은색을 띠는 게 좋다.


청색 빛이 강한 게 싱싱하다. 씨알이 굵고 통통하며 만져서 단단한 느낌이 드는 것을 선택한다. 표면이 미끈거리고 축 처진 것은 피한다. 굴이 담긴 물이 맑은지 살펴보면 신선도를 판단할 수 있다.


길이가 짧아야 맛이 좋다. 가늘면 빨리 무르기 때문에 통통한 것을 고른다. 잎에 윤기가 나며 솜털이 까슬까슬하고 색이 짙은 것을 고른다. 김장김치는 잎이 푸른 청갓을 쓴다. 여수 돌산갓은 갓김치용이다.

미나리
바싹 말라 키만 큰 것보다 손끝에서 팔꿈치까지의 길이가 적당하다. 줄기가 통통하고 쉽게 부러지는 게 좋다. 잎이 무성한 걸 고르되 속을 들춰봐서 검은 반점이 없는지 확인한다.


김장 김치에는 대파보다 쪽파를 많이 쓴다. 미끈거리는 진액이 적기 때문이다. 우선 뿌리 부분이 굵고 통통한 것, 흰색 부위가 길고 초록 잎은 부드럽고 탄력이 있는 것을 고른다. 전체 길이는 짧아야 좋다.

수펙스 김치는 쉐라톤워커힐호텔 자체 김치연구실에서 1990년부터 7년간 연구해 서울.경기지역 양반가의 전통적인 김치 맛을 복원했다는 주장. 시중 포장김치보다 다섯 배 이상 비싼 값(3만원/1㎏)이지만 일본인 관광객과 입맛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이 연간 2억5000만원어치를 사먹는다. 사진은 쉐라톤워커힐호텔의 엄기호 조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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