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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일 한가위 TV 영화] SBS '반칙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 반칙왕(SBS 밤 10시55분)

한국 코미디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상반기 흥행 1위를 기록, 상업적 측면에서도 성공했다. 현대인의 무료한 일상을 레슬링이란 소재를 통해 풀어낸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언뜻 보면 일본 감독 수오 마사유키의 '섈 위 댄스' 와도 비슷하다. 직장생활에 지친 중년 샐러리맨이 사교 댄스를 배우면서 삶의 활력을 회복하듯 '반칙왕' 의 평범한 은행원 임대호(송강호)는 사각의 정글에 몸을 던지며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나간다.

수레바퀴 같은 일과에 짓눌려 사는 현대인을 서글프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낸 점도 유사하다. 현실은 고단하고 괴롭지만 영화는 이를 그럴싸한 웃음으로 감싸안는다.

지난해 최고의 스타로 급부상한 송강호의 연기도 만족스럽다. 우직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임대호의 성격을 무난히 소화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복장을 하고 링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꽤나 우습다. 지난 여름 공포영화 '소름' 에서 아이를 잃고 남편에게도 구박받는 편의점 종업원으로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던 장진영은 송강호를 맹훈련시키는 교관으로 나온다.

조연들의 호흡도 안정적이다. 툭 하면 부하직원들에게 헤드록 공격을 퍼붓는 부지점장(송영창), 과거 챔피언의 영광을 후배를 통해 재현하려는 레슬링 관장(장항선), 상사에게 반항하다 퇴출당하는 젊은 은행원(정웅인)등.

연극에서 기본기를 닦고 코믹 잔혹극 '조용한 가족' (1998)으로 데뷔한 김지운 감독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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