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빈 좌석이 3분의 2 미 항공사들 '덤핑 비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테러 후유증으로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급감하자 세계 주요 항공사와 호텔이 요금을 마구 내리고 있다.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좌석이나 빈 방을 채워보자는 심산이다.

◇ 항공요금 덤핑=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인 베스트페어스닷컴(http://www.bestfares.com)에 따르면 뉴욕이나 보스턴에서 플로리다까지 왕복 항공기표는 1백10달러면 살 수 있다. 이는 마일당 3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항공사의 손익분기점(마일당 10~12센트)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것이다.

중동지역 항공사인 걸프에어는 홍콩에서 바레인.아부다비를 경유해 로마.런던.파리로 가는 편도 항공기표를 2백30달러에 팔고 있다. 테러사태 전 가격은 7백50~1천달러였다.

아직은 요금인하를 망설이는 항공사들이 많지만 조만간 인하대열에 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미국 3위인 델타항공 레오 뮬린 회장은 "빈 좌석이 3분의 2에 달한다 "며 "수일 안에 놀랄만한 요금인하를 단행할 것" 이라고 말했다.

◇ 감원과 운항 축소=미 6대 항공사는 테러사태 이후 이제껏 운항편수의 20% 정도를 줄었다.

감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델타항공이 26일 1만3천명(전체 인력의 16%)의 감원계획을 발표했다. 테러 참사 이후 2주간 미 항공사들의 감원 규모는 12만3천명에 달한다.

에어캐나다항공(9천명).브리티시항공(7천명).스위스항공(3천명) 등 미국 밖의 항공사들도 감원에 나섰다.

아메리칸.델타.콘티넨털항공의 최고경영자들은 구조조정을 위해 연봉을 반납하기도 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테러 참사 이후 연말까지 국제선 항공 수요가 15%(연간으로는 5%) 줄어 항공업계가 올해 70억~1백10억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항공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1990년 걸프전 이후 처음이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두번째다.

◇ 호텔업계 파격 세일=테러 참사 이후 투숙객이 급감한 미국의 36개 특급호텔은 27일 숙박료를 최고 60% 인하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여행사에 통보했다. 하루 숙박료 4백52달러이던 뉴욕 최고의 호텔 월도프 아스토리아는 내년 3월말까지 숙박료를 1백89달러로 내리기로 했다. 가격 인하로 불황 타개에 나서는 호텔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인근의 매리어트호텔과 밀레니엄 힐튼호텔은 건물이 파손돼 업무 재개가 불투명하다.

정재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