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정남장관의 처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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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19 때 이기붕 집에 불지르던 기백으로 국세청을 이끌겠다고 맹세했다. " → "(1억5천만원을 6년새 6억원으로 불리기)재형저축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고 고금리 금융상품에 예치한 덕분이다. " → "국정감사 탓에 과로로 병원에 입원했다. "

국세청장 시절 언론사 세무조사의 사령탑이었다가 요즘 '일가비리 의혹' 의 한복판에 서 있는 안정남(安正男)건설교통부 장관의 발언과 행적이다. 여기에는 고위 공직자로서의 도덕성과 몸가짐에 심각한 의문을 던지는 대목이 여럿 있다.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 安장관은 "새벽에 마니산에 올라 백배(百拜)했다" 는 본인의 표현처럼 엄정함을 보여주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했다.

그런 그가 자신의 강남 노른자위 땅(1백25평)구입 경위를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면서 재형저축 덕분이라고 했다가 그것으론 돈을 불릴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고금리 금융상품으로 말을 바꿨다.

공직자가 부동산.주식투자를 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개결(介潔)한 선비' 의 기개로 평생 세무 공무원을 지낸 듯하던 그가 투기 논란이 곁들인 '재테크의 귀재' 로 등장하니 기가 막히고 혼란스러울 뿐이다.

정도세정(正道稅政)으로 포장한 경력 속에 석연치 않은 재산 불리기 의혹이라는 두 개의 엇갈린 이미지 자체가 고위 공직자로서의 자격상실 요소다.

安장관의 이중적 면모는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다. 그는 언론사 세무조사 때 언론사 사주들의 주변을 샅샅이 뒤졌고 이를 '공평 과세' 와 관련해 설명했다.

그런 그가 무안 신공항의 골재 납품, 서초주류상사 매출 급증 등 자신의 동생들과 관련한 특혜 시비에 대해 "알지 못하고, 개입한 적도 없다" 고 일축한다.

'나와 동생은 다르다' 는 식의 주장은 형식논리는 갖췄으나 고위직일수록 엄격한 주변 관리를 요구하는 공직 정신과는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한테는 서릿발같은 위세를 보이면서 자신과 주변에는 온정의 눈길을 보내달라는 것이 아닌가.

공직자의 당당함과 거리가 먼 이런 자세는 "언론사 세무조사 탓에 이런 일(야당의 의혹 제기)을 당하는구나 생각한다" 는 그의 엉뚱한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어제는 국정감사로 인한 누적된 피로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다.

장관이 몸이 아파 국정감사에 나오지 않은 것은 드문 일이다. 9.7개각 때 그가 장관이 된 게 충성의 대가라는 논란이 정치권에서 끊이지 않았다. 항공안전 2등급 판정으로 최고의 전문가가 필요한 건교부 장관을 가장 비전문가가 맡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제 그는 '安장관 일가' 의혹으로 발전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해명해야 할 기본 책무 앞에 놓여 있다. 현 정부의 주름살을 깊게 만들고 있는 '安장관을 둘러싼 문제' 에 대한 정권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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