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골프 고수 “실내에선 우즈에 5타 잡아줘도 이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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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골프존 라이브 토너먼트 경기 모습. 스크린 골프 고수들은 평균 245m의 드라이브샷을 날리며 “필드에서는 더 멀리 친다”고 주장한다. [골프존 제공]

스크린 골프대회에 가보면 실제 프로 대회 못지않게 진지함과 긴장감이 넘쳐 흐른다.

전국에서 치열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스크린 고수들은 평소 갈고 닦은 자신들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남자는 평균 7~8언더파, 여자는 3~4언더파에서 우승자가 가려진다. 국내 스크린 골프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주)골프존은 매달 남녀 스크린 골프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남자 대회인 골프존 라이브토너먼트 대회(GLT)의 경우 예선(1만 여 명), 본선(240명)을 걸쳐 결선대회(60명)에서 우승자를 가린다. 여자 대회인 레이디 골프존 라이브토너먼트(LGLT)는 본선 없이 예선(1000여 명), 결선(60명)을 통해 우승자를 선발한다. 티잉그라운드는 프로 대회처럼 남자는 백티, 여자는 화이트 티를 사용한다.

스크린 고수들의 스코어만 놓고 보면 세계적인 톱 프로들을 능가한다. 3월 GLT대회에서 8언더파로 우승한 유종만(46)씨의 스크린 베스트 스코어는 17언더파. 유씨는 “스크린 골프에서는 타이거 우즈에 5타를 잡아주고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과연 스크린 골프 고수들과 실제 프로의 차이점은 무엇이고 얼마나 될까. 지난 24일과 25일 끝난 GLT, LGLT 4월 결선 대회에 출전한 스크린 고수 60명과 지난해 투어 프로들의 실력을 항목별로 비교해 봤다.


◆평균 드라이버 거리 프로가 압도=한국남자프로골프(KGT)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252.3m로 GLT의 평균 드라이브 거리(245.4m)보다 10m 정도 더 멀리 나간다. 4월 GLT 대회에서 7언더파로 우승한 안옥섭(44)씨는 “스크린 골프에서 드라이브 거리가 더 나갈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건 잘못된 생각”이라며 “필드에서는 내리막, 런 등의 영향으로 거리가 오히려 더 나간다”고 주장했다. 그린 적중률에서는 프로들이 평균 63%로 59.6%인 스크린 고수들보다 우위로 나타났다. 여자도 비슷하다. KLPGA투어 프로들은 평균 드라이브 거리(219.4m), 그린적중률(66%)에서 모두 스크린 여자고수(182.3m, 그린적중률 33.3%)들을 압도했다. 타수 차이는 얼마나 될까. 남자 프로들의 평균 스코어는 73.3타로 77.21타인 스크린 고수들보다 4타, 여자는 프로들이 74.3타로 스크린 여자 고수(82.4타)들보다 8타 정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버디 수 남자는 엇비슷=스코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퍼팅은 스크린 고수들의 성적이 더 뛰어나다. 스크린 골프 특성상 성공률을 높여놨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남녀 스크린 고수들의 홀당 평균 퍼팅 수는 1.72, 1.71개로 남녀 프로들의 기록(1.83, 1.74개)보다 정교했다. 이는 스크린 골프의 특성상 퍼팅 요령을 터득하면 쉽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크린 고수들은 나름대로 자신들만의 퍼팅 요령을 갖고 있다. 4월 LGLT 대회에서 3언더파로 우승한 손미례(45)씨는 “스크린 골프에서는 경사, 그린 빠르기 등이 화면에 모두 표시되지만 필드에서는 자신이 직접 터득해야 한다. 그만큼 필드에서 퍼팅할 때가 훨씬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평균 버디 수는 남자의 경우엔 프로(2.9개)와 스크린 고수(2.8개)가 비슷했다. 여자의 경우는 프로(2.15개)들이 스크린 여자고수(1.6개)보다 더 많이 버디를 잡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해 보면 확실히 프로들이 드라이브 샷이나 아이언 샷 등에서 스크린 고수들보다 안정됐으며 실력도 나은 것으로 드러났다. 골프존의 이동훈 상무는 “세미 프로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처음에는 스크린 골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스크린 골프의 특성을 파악한 뒤에는 프로들이 확실히 한 수 위였다. 스크린 골프에서도 실력이 뒷받침돼야 성적이 더 잘 나온다”고 말했다. 

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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