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직장이나 엽기적인 사람이 한두 명쯤 있게 마련이다. 쌍둥이 빌딩에 테러를 가하듯 남의 가슴에 무차별 상처를 입히는 사람, 사사건건 간섭하면서 과잉 친절을 베푸는 사람, 자기 할 일 남에게 미루면서 이나 쑤시고 뒤통수 치는 사람, 천사의 탈을 쓰고 내용물은 악마인 사람…. 기기묘묘한 사람들이 모인 종합전시장이 바로 직장이다.
그러나 똑같은 상황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에 따라 직장은 '엉겅퀴 밭' 이 되기도 하고 '저 푸른 초원' 이 되기도 한다.
나의 옛 상사 K는 함량초과 불량품이었다. 탁월한 두뇌를 맹렬히 가동해 사적인 일까지 부하직원에게 시켰다. 근무시간 중에 사우나, 고스톱은 기본이었다. 기름기 좔좔 흐르는 말솜씨 덕분에 모든 공로는 혼자 독차지했다. 나의 회사생활은 K 때문에 지옥이었다.
능력은 없고 간신히 인격 하나로 버티던 내가 상사에게 대들 수는 없고 매사가 그저 억울하고 분했다. 사람 미워하는 것처럼 힘든 대형 프로젝트도 없다.
도저히 견딜 수 없던 나는 뭔가 살길을 찾아야 했다. "그래, '때문에' 를 '덕분에' 로 바꿔 생각하는 거야. '때문에' 는 책임전가형 단어, '덕분에' 는 겸손포용형 단어가 아닌가? K 때문에 억울한 것이 아니라 K 덕분에 일을 많이 해서 빨리 프로가 될 수 있잖은가?"
지옥이던 내 마음에 '강 같은 평화' 가 찾아왔다. 거짓말 같은 변화였다.
마음만 바꾸면 상황은 얼마든지 역전될 수 있는 것이다. 직장생활 하다보면 스트레스는 일용할 양식이다. 스트레스를 KO! 강펀치로 물리치며 룰룰랄라 신나게 일하는 사람도 있고 이마에 기와집.초가집.다세대 연립주택까지 지으며 마지못해 하는 사람도 있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가!
감사야말로 최고의 항암제다.
직장은 일터이자, 삶터요, 꿈터이기도 하다. 그러나 직장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그 곳은 일터일 뿐이다. 의미와 보람을 찾는다면 삶터로 변한다. 거기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다면 꿈터로까지 진화할 것이다.
말하자면 초급반에게 직장은 일터, 중급반에겐 삶터, 고급반에겐 꿈터라고 할 수 있다.
이쯤에서 한번 점검해보자. 나는 지금 초급반인가, 중급반인가, 아니면 고급반인가.
최윤희
◇ 최윤희씨는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TV 라디오 기업체 등에서 '행복학' 을 강의하는 강사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어디서 감히 짹짹』『고정관념 와장창 깨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