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뛰는 직장인] 생각 바꾸면 평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0면

어느 직장이나 엽기적인 사람이 한두 명쯤 있게 마련이다. 쌍둥이 빌딩에 테러를 가하듯 남의 가슴에 무차별 상처를 입히는 사람, 사사건건 간섭하면서 과잉 친절을 베푸는 사람, 자기 할 일 남에게 미루면서 이나 쑤시고 뒤통수 치는 사람, 천사의 탈을 쓰고 내용물은 악마인 사람…. 기기묘묘한 사람들이 모인 종합전시장이 바로 직장이다.

그러나 똑같은 상황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에 따라 직장은 '엉겅퀴 밭' 이 되기도 하고 '저 푸른 초원' 이 되기도 한다.

나의 옛 상사 K는 함량초과 불량품이었다. 탁월한 두뇌를 맹렬히 가동해 사적인 일까지 부하직원에게 시켰다. 근무시간 중에 사우나, 고스톱은 기본이었다. 기름기 좔좔 흐르는 말솜씨 덕분에 모든 공로는 혼자 독차지했다. 나의 회사생활은 K 때문에 지옥이었다.

능력은 없고 간신히 인격 하나로 버티던 내가 상사에게 대들 수는 없고 매사가 그저 억울하고 분했다. 사람 미워하는 것처럼 힘든 대형 프로젝트도 없다.

도저히 견딜 수 없던 나는 뭔가 살길을 찾아야 했다. "그래, '때문에' 를 '덕분에' 로 바꿔 생각하는 거야. '때문에' 는 책임전가형 단어, '덕분에' 는 겸손포용형 단어가 아닌가? K 때문에 억울한 것이 아니라 K 덕분에 일을 많이 해서 빨리 프로가 될 수 있잖은가?"

지옥이던 내 마음에 '강 같은 평화' 가 찾아왔다. 거짓말 같은 변화였다.

마음만 바꾸면 상황은 얼마든지 역전될 수 있는 것이다. 직장생활 하다보면 스트레스는 일용할 양식이다. 스트레스를 KO! 강펀치로 물리치며 룰룰랄라 신나게 일하는 사람도 있고 이마에 기와집.초가집.다세대 연립주택까지 지으며 마지못해 하는 사람도 있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가!

감사야말로 최고의 항암제다.

직장은 일터이자, 삶터요, 꿈터이기도 하다. 그러나 직장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그 곳은 일터일 뿐이다. 의미와 보람을 찾는다면 삶터로 변한다. 거기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다면 꿈터로까지 진화할 것이다.

말하자면 초급반에게 직장은 일터, 중급반에겐 삶터, 고급반에겐 꿈터라고 할 수 있다.

이쯤에서 한번 점검해보자. 나는 지금 초급반인가, 중급반인가, 아니면 고급반인가.

최윤희

◇ 최윤희씨는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TV 라디오 기업체 등에서 '행복학' 을 강의하는 강사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어디서 감히 짹짹』『고정관념 와장창 깨기』 등이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