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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일기] 이상한 '공정거래' 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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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의 국감장. 자민련 안대륜(安大崙)의원과 이남기(李南基)공정거래위원장 사이에 지난 2~4월 실시된 공정위의 신문 판매시장 조사에 관한 문답이 오갔다.

▶安의원〓여론조사를 보면 5명 중 4명이 공정위 조사가 정치적이라고 한다.

▶李위원장〓응답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동의하지 않는다.

▶安의원〓많은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李위원장〓내가 가진 여론으로는 (우리쪽에)더많은 지지가 있다.

李위원장은 그의 '여론' 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답변태도는 사뭇 당당했다. 공정위의 신문고시(告示) 제정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였다.

安의원은 "신문시장에 대한 조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고시 부활 방침을 밝힌 것은 앞뒤가 안맞다" 며 "결국 세무조사와 함께 신문사를 길들이기 위한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李위원장은 "반대다. 고시는 신문사를 편하게 하기 위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신문고시엔 신문의 판매.광고를 규제하는 등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이 있다" 는 의원들의 지적이 나왔지만 그는 "잘못된 생각" 이라고 면박주듯 대꾸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되자마자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공정위 조사가 이뤄져 언론탄압 얘기가 나온 것 아니냐" 는 한나라당 임진출(林鎭出)의원의 질문에 대해선 "어차피 조사받을 거면 동시에 받는 게 편할 수도 있다" 고 강변했다.

그런 李위원장은 정작 조사의 정당성을 입증할 사실관계에 관해선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다른 5개 업종도 포괄적 시장개선대책(CMP)으로 선정됐으나 신문사 조사시기보다 한참 늦게 결재됐다" 는 질문이 나오자 "날짜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고 비켜갔다.

"왜 신문사 조사에만 위원장이 직접 결재했느냐" 는 물음에 대해서도 역시 "큰 의미는 없다" 고 답했다.

당당하던 李위원장도 이면에선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는 국감시작 전 의원들에게 28일 국회 문광위의 문화관광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게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공정위 조사가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고, 신문고시가 신문사를 편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더욱 당당하게 국감장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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