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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여행] 사과 수확 체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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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가을 들녘의 수확물은 초봄의 꽃보다 아름답다.

추석이 성큼 다가온 이맘 때 가을을 '따는' 나들이만큼 좋은 여행이 있을까. 충북 음성군 음성읍 용산리의 한 사과 과수원을 찾아나섰다.

최병국(崔炳國.41).김기숙(金基淑.40)씨 부부가 13년째 오순도순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이곳은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농협교류센터(http://www.nhtour.co.kr)(02-2140-5110, 5131)에서 소개받은 곳. 수확철이 되면 교류센터를 통해 도시인들이 단체로 방문해 일손을 거드는 농장이다.

19년생 사과나무들이 가득한 농장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추석 연휴 한가운데 가 있다.

뭉게 구름 한 점 사과나무 끝을 벗어날 때 '툭' 하며 사과 하나가 땅으로 떨어진다.

여름철의 장대비를 이겨낸 대지의 아들딸이 어머니를 만나는 소리다.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껍질째 먹을 수 있다는 게 이 농장 사과의 특징.

이들 부부는 방문객들에게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도시인들은 대신 농협교류센터에 교통비.중식비 등으로 2만원을 낸다.

"요새 같은 때는 일당을 주고도 일손을 구하기가 어려워요. 도시에서 와서 사과를 함께 따주시니 저희들이야 고마울 뿐이죠. "

일손을 얻는 점도 있지만 도시인들에게 농촌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최씨는 농장을 개방했다. 도시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느림' 의 미학을 배운다. 이전에는 그저 '사과를 먹고 싶다' 고 떼만 쓰면 그뿐이었다. 하지만 땡볕 속에서 사과를 따고 상자에 사과를 차곡차곡 담다보면 '투정은 철부지 행동' 이었음을 배우게 된다.

최씨가 들려주는 사과 이야기를 듣다 보면 '느림' 은 곧 '소중함' 이 된다.

5월 중순께 열리기 시작하는 사과 열매 1백개 중 95개는 모두 버려진다. 열매를 그대로 놔두면 영양분이 분산돼 온전한 크기와 당도를 가진 결실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른바 '열매 솎기' 다. 이 작업은 7월 초까지 이어진다.

방문객들은 대부분 관광버스로 이곳에 와 점심 시간을 전후해 3시간 가량 일하고 간다.

사과를 따는 틈틈이 신선한 사과를 공짜로 맛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직접 딴 사과를 집으로 가져가지 못하는 대신 백화점에서 6만~7만원 나가는 후지 한 박스(10㎏)를 이곳에서는 2만5천원에 살 수 있다.

점심 메뉴는 꽁보리밥에 된장찌개, 그리고 막 따온 풋고추.푸성귀 등 어릴 적 시골에서 먹던 그 음식들이다.

일정 끝에 최씨 부부가 차려주는 손두부를 안주로 막걸리를 마시다보면 낯선 노동으로 생긴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들 부부에게는 반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함부로 과일을 따며 장난치는 어린이들, 그런 자식들이 귀엽다고 방치하는 부모들, 일에는 관심 없고 화려한 복장으로 도시인임을 자랑하려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곳에 한번 찾아온 사람들은 대개 매년 다시 오는 단골이 된다.

음성=성시윤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어디서 어떻게 소개받나

농협교류센터가 알선하는 농촌 나들이는 부족한 일손을 제공하고 도농 직거래를 유도하기 위한 것들이다.

대부분 관광농원이 아닌 실제 농가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주차장이 부족한 형편.때문에 참가자들은 한곳에 모여 관광버스로 출발한다.참가비에 교통비와 중식비 등이 포함돼 있다.

10월 25일부터 11월 5일까지도 경기 양평,충북 음성·충주 지역에서 사과를 딸 수 있다.참가비는 2만원.

이에 앞서 10월 7,10일에는 경기도 양평으로 오리 농법 등 친환경적인 농사를 체험하는 ‘친환경 시골 나들이’를(참가비 1만3천원),17일에는 경기 여주에서 ‘풋고추 및 고춧잎 따기’행사(참가비 2만5천원)를 연다.

이와 함께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좌항리 서전농원에서는 10월 중순까지 매일 밤을 주울 수 있다.입장료는 1만3천원이며 밤 서너 되를 가져올 수 있다.취사를 할 수는 없으며 농원 내 식당에서 음식을 판다.02-777-5131.

춘천 세종호텔은 춘천시 당림리 무의탁 노인 시설인 ‘사랑의 집’인근 야산에서 ‘밤 줍고 사랑 심기’행사를 9월 30일까지 벌인다.행사 참가비 1만원은 전액 무의탁 노인 후원금으로 전달된다.

세종호텔은 호텔 1박 및 조식,행사 참가비 등을 포함한 2인용 패키지 상품을 주중 8만2천1백원,주말 9만6천5백50원에 판매하고 있다.02-779-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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