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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만화계 '우량주' 김나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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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올해 스물 여섯살 만화가 김나경. 발표한 작품이라곤 데뷔작을 제외하고 두세 편에 불과하지만 이름 앞에 '인기 작가' 라는 호칭을 붙이기에 어색치 않다. 올 상반기 그녀는 『사각사각』과 『토리의 비밀일기』두 편으로 단숨에 만화계의 '우량주' 로 떠올랐다.

만화잡지 『윙크』와 『밍크』에 각각 연재되고 있는 두 작품은 분량이 여덟쪽에서 열두쪽으로, 다른 작품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8p만화' '12p만화' 로 불리는 이러한 연재물은 보통 신인들의 가능성을 타진해보기 위한 시험용이다.

그러나 다음달 3권이 출간될 『사각사각』의 경우 국내 작가 중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천계영의 『오디션』이나 일본 만화인 『꽃보다 남자』 등 쟁쟁한 경쟁작들의 틈바구니에서 인기순위 중위권을 유지하는 선전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출세작 『사각사각』은 만화가와 만화 담당 기자가 마감을 둘러싸고 벌이는 포복절도할 숨바꼭질을 그린 만화다. 흔히 만화가는 마감을 어기기 일쑤요, 담당 기자는 벌겋게 된 눈을 비벼가며 새벽까지 원고를 기다리는 것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각사각』의 만화가 제리와 꽃다발 기자를 보면 이러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절묘하게 뒤집어 놓는다. 꽃다발 기자는 스토커 수준으로 제리를 괴롭혀 원고를 받아낸다. 제리의 거짓말은 번번이 들통난다.

"어떻게 아느냐구? 목소리 톤의 변화.잔기침의 횟수.말더듬의 정도.속눈썹의 떨림.모공의 확장 등을 잘 관찰하면 되지. " 이들의 신경전과 여기서 쏟아지는 유머는 가히 "천재적" 이라는 게 독자들의 반응이다.

한달에 두번 마감일을 맞는 자신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지만 실제로 김나경의 원고를 담당하는 이들중 꽃다발 기자같은 '악질' 은 없다. "모범생 기질이 있어 아직 원고를 펑크내 본 적이 없기 때문" 이다. 만화 속 제리와 그녀가 닮은 점이 있다면 "최후의 그 순간(마감)이 닥치면 못 놀걸 대비해 가열차게 논다" 는 것이다.

미국으로 건너간 도우리.토리.로리 세 어린 자매의 생활을 그린 『토리의 비밀일기』도 알고 보면 그녀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교환교수로 가시는 바람에 여덟살 때 1년 동안 남부에 있었어요. 왕따 같은 건 잘 몰랐구요, 무지 재미있었어요. 영어요? 잘 기억 안나요. "

두 손바닥 사이에 넣고 찌그러뜨린 듯한 귀여운 캐릭터는 그녀만이 구사할 수 있는 장기로 꼽힌다. '얼큰이' (얼굴이 큰)와 '숏다리' 캐릭터. 만화계에서는 이러한 형식의 만화를 '만화체 만화' 라고 부르는데, '만화체 만화' 의 명맥이 끊긴 지 오래라 그녀의 등장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저도 다른 여성작가들처럼 처음엔 순정만화부터 시작했죠. 그리다 보니 그쪽은 아닌 것 같아서 편하게 그리기로 했어요. 전 운이 좋은 것 같아요. 등장인물들의 특징이 뚜렷해 캐릭터 상품으로 만들자는 제안이 많이 들어오네요. "

기선민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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