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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환경 운동 지원법' 삐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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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가치가 있는 문화.자연유산을 보전하려는 시민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가칭 '문화유산과 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국민신탁법)의 연내 제정이 정부와 시민단체들 간의 이견으로 불투명해졌다.

문화연대.한국내셔널트러스트.아름지기.환경연합.코리아헤리티지.우리궁궐지킴이.무등산공유화재단 등 시민단체들은 16일 저녁 서울 신문로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 모임을 열고 "환경부와 문화재청이 10월 30일 입법예고한 국민신탁법안은 국민신탁운동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19일까지 자신들의 뜻을 정부에 전달키로 했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정부안은 자신들의 편제에 맞춰 문화와 환경으로 이원화시키려 한다"며 "현재 '문화유산국민신탁'과 '자연환경자산국민신탁' 등 두 개로 추진 중인 운동주체를 한 개의 법인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은 정부의 구상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으로, 앞으로 협의 조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시민단체들은 또 정부안 가운데 재정부문(제4장)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신탁법인의 창설 또는 신탁재산의 확보.관리를 위해 예산을 편성.지출할 수 있고, 신탁재산을 이용한 수익사업 등으로 경상운영비를 충당할 수 없을 경우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조항(제23조 예산출연.경상운영비)이 정부의 간섭을 초래하는 빌미가 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일체의 예산지원을 거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신탁재산을 처분할 경우 최종적으로 문화재청장이나 환경부 장관의 동의를 얻도록 한 조항(제16조 처분.양도 등의 제한)도 삭제 또는 변경을 요구할 방침이다.

시민단체들은 이 밖에 앞으로 구성될 국민신탁법인의 조직 등에 대해서도 정부안이 대통령령이나 시행령 등으로 처리키로 한 것을 가능한 한 모법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키로 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김상일 자연보전국장은 "문화부와 어렵게 논의해 법안을 만들었는데 이제 와서 두개의 법인을 하나로 만들라고 주장해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환경단체와 문화단체 사이의 이견을 정부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몰고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자기들을 위해 법을 만드는 데 정부를 비난한다면 입법을 보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송인범 문화재정책국장도 "아무리 지원법이라 할지라도 정부가 전혀 모르는 체할 수는 없다. 두 개의 법인은 효율적 지원을 위한 것이지 간섭하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주체가 될 쪽에서 그렇게 판단한다면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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