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림봉사단, 소외된 이웃에 20여 년째 ‘자장면 봉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또 먹어도 돼요? 안 모자라요?”

삼성사회봉사단과 청림봉사단이 출범식에 참여한 봉사자들을 위해 무료로 자장면을 제공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자원봉사 실천마당’이 열린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 강남구 직업재활센터 안. 자장면을 먹고 나온 최모(43)씨가 입구에서 머뭇거리며 자원봉사자에게 겸연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당연하죠, 들어오세요”란 대답이 돌아오자 최씨 얼굴엔 웃음꽃이 폈다.

세곡·수서동 등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이날 오전 11시부터 3시간 동안 자장면이 제공됐다. 점심시간이 시작되자 90여 석이 금세 찼다. 봉사자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떡을 나눠주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다독였다. 안에는 서서 자장면을 들고 먹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박모(63) 할머니는 “가게에서 먹는 자장면보다 훨씬 맛있다”고 말했다. 지체장애인 김모(23)씨도 자장면을 먹고 나오며 박수를 쳤다. 이날 자장면은 예상한 600그릇을 훌쩍 넘겨 700여 그릇이 나갔다. 준비한 재료는 모두 동났다.

김이 무럭무럭 나고 맛있는 자장면을 준비한 주인공은 청림봉사단 자원봉사자들이다. 20여 년째 지체장애인과 혼자 사는 노인 등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 자장면을 만들어 주고 있다. 회원은 8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매달 경기도 용인시·광주시 등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식사 시간이 끝나자 청림봉사단 김정수(54) 회장은 “한국 최고의 맛이라고 현수막에 썼는데 맛이 없다고 사람들이 별로 안 오면 어쩌나 걱정했다”며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을 훔쳤다.

재료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밤을 꼬박 새웠다는데, 피곤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맛있다는 사람들의 칭찬에도 “밖에서 먹는 맛이 원래 다르잖아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김 회장은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주니 감사할 뿐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싶다. 세상은 더불어 사는 거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글=조혜랑 대학생 프리랜서 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사진=김경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