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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6·25때 소실된 사찰 본격 조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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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조계종이 신라시대 구산선문(九山禪門) 사찰의 하나이자 전남지역을 대표했던 곡성군 태안사(泰安寺)를 시작으로 한국전쟁 중에 불탔던 절들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작업에 착수했다.

조계종 문화부가 태안사 소실 상태에 대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쟁 기간 중에 전국 1백90개 사찰이 전소됐거나(1백55개) 부분적으로 파괴.소실(35개)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80%에 달하는 1백53개 사찰이 조계종 소속이며 이중 22개소는 아예 폐사(廢寺)한 상태다.

종단 문화부장 종각 스님은 "그동안 전쟁의 피해를 조사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는 금기시돼 조사작업이 미뤄져 왔다" 며 "이번 조사를 통해 전쟁으로 인한 우리 사찰 문화재의 피해 규모가 자세하게 드러날 것" 이라고 말했다.

전쟁 전인 1941년 당시 전국에 산재했던 사찰은 모두 9백69개. 이 가운데 불에 탄 사찰은 강원도 41개(21.6%), 전북 40개(21%), 전남 33개(17.4%), 경기도가 27개(14.2%) 순으로, 전체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차 조사대상인 전남 태안사는 신라 문성왕(842년께) 때 지어져 고려시대에는 전체 1백26칸의 대형 사찰로 성장한 전남지역의 중심 사찰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태안사가 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50년 8월 10일 지리산 지역에서 활동하던 빨치산 부대에 의해 법당을 제외한 식당과 선방 등이 불탔으며, 이후 11월경에 국군이 빨치산 소탕을 위해 이들이 활동 근거지로 삼았던 태안사에 방화하면서 전각 등 대부분의 건물이 불타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방화 과정에서 소실된 문화재는 불교조각 66점, 불교회화 45점, 서적과 경판 5백53점 등 모두 8백22점이며 건축물 19동도 함께 불타 없어졌다. 올 2월부터 조사작업을 벌여온 조계종 문화부는 이 과정에서 50년 이전에 촬영한 태안사 전경 사진을 입수했으며 현장 지표조사를 통해 절의 중심 전각 외에 다른 건물터의 유구를 확인했다. 조계종은 이를 태안사 중창 작업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부측은 이밖에 고려시대 제작한 철불(鐵佛)의 손 부분을 발견했고, 절집 역사기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탑비의 머리부분이 서로 바뀌었음도 밝혀냈다.

문화부는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한국전쟁 중에 불탄 사찰에 대해 현장조사 등을 실시해 조사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조계종 문화국장 심우 스님은 "이밖에도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우리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기리는 사업을 벌일 계획" 이라며 "그 일환으로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에 대해 미군이 내렸던 폭격명령을 거부한 김영환 장군의 공적비 제막식을 다음달 18일 해인사에서 거행할 것" 이라고 말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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