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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산호 '이사 대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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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방파제 공사로 서식환경을 잃을 처지에 놓인 바다 속 산호가 이사를 간다.

제주도 서귀포시는 12일 서귀포항 바로 앞에 있는 문섬 주변 해역에 길이 130m의 방파제를 건설함에 따라 공사구간 안에 있는 연산호를 다음달부터 인근 섬 주변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섬 등 제주 남부 해역에는 서태평양.홍해 등에서 서식하는 연산호가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연산호의 북방한계 서식지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해역은 천연기념물(421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태풍 등으로 항만 피해가 잦아 방파제를 만들 수밖에 없어 이 해역(5000평)의 산호를 살리기 위해 다른 곳으로 모두 옮기기로 한 것이다.

시는 분홍바다.맨드라미 산호 등 20여종의 연산호를 500m 가량 떨어진 새섬 서남쪽 해저 10~20m로 옮겨놓을 계획이다.

이 해역의 연중 평균수온이 23~24도를 유지, 산호 서식에 가장 적절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바다 밑에 산호가 달라붙을 수 있는 암석이 많은 등 문섬 주변의 환경과 가장 유사하다.

이식 작업은 다음달 초부터 2년여 계속되며 예산은 해양수산청이 2억8000만원을 지원한다.

이식 작업엔 전문 스쿠버다이버가 일일이 손으로 산호를 캐낸 뒤 육상 배양장으로 옮겨 암석에 달라붙도록 만들고, 다시 바다 속으로 옮겨놓는 방식이다. 일부만 캐낸 뒤 6개월간 옮겨진 바다 속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는지 조사한 뒤 이식작업을 지속할 방침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서귀포 바다 속 산호는 제주의 대표적인 해저 비경을 뽐내는 생물로 보존의 필요성이 인정돼 대이식 작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양자원 보호업체 이종락 대표(해양생물학 박사)는 "강장동물류로 분류되는 산호는 떼어내도 스스로 부착돌기를 만들고 암석에 달라붙어 생존하려는 성질이 강해 생존율이 높다"고 말했다.

?연산호란=대부분의 산호처럼 딱딱한 골격과 겉표면 형태를 갖추지 않고 부드러운 겉표면과 유연한 줄기구조를 갖춘 산호를 통틀어 말한다. 석산호 등이 경산호(hard coral)에 해당되며, 국내 해저에 분포하는 맨드라미 산호 등이 연산호(soft coral)다. 두 산호 모두 태평양 등의 해역에 함께 분포하지만 수온이 낮은 국내 연안 해저에는 주로 연산호가 분포한다.

서귀포=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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