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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본 새 음반] Eminem/Encore/Universal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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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뮤지션의 대중적 인지도가 늘 앨범의 질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다. 최근 화제작 중 평가가 엇갈리는 앨범을 골랐다.

거침없이 독설 퍼부어… 지나친 헐뜯기는 식상

◆Eminem/Encore/Universal ★★★

힙합계에 거센 백인 바람을 몰고 온 래퍼 에미넴의 네번째 앨범.

원용민:전작 'The Eminem Show'의 앙코르를 통해 그는 부시 정부와 마이클 잭슨 등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과 야유를 퍼붓고 있다. 느슨한 듯 하면서도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수작.

조성진:처음 등장할 때의 임팩트에 비해 최근의 그는 갈수록 '디스(diss.유명인 등을 헐뜯는 노래)'쪽으로만 치우친다. 흥미유발성 멘트를 잘 날리는 흥행사로만 나아가려는 게 아쉽다. 그가 가진 끼와 재능을 생각하면 이러한 퇴보는 큰 손실.

박준흠 :'힙합씬 및 엔터테인먼트계의 거물'일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랩은 별로 마음에 안 든다. 그리고 '디스'도 슬슬 지겹다. 하지만 15번 트랙 이후 노래들은 감상용으로 좋다.

'쿵짝쿵짝' 리듬 반복 … 부담없이 듣는 서민 랩

◆거북이/Turtles:3/MCS Entertainment ★★

'컴온' '왜 이래' '다 필요없어' 등을 히트시킨 혼성 3인조 댄스 그룹 거북이의 세번째 앨범.

원:이들은 진화와 발전보다 자기복제를 택했다. 부담 없이 듣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댄스곡의 전형이지만 음반을 사기엔….

조:랩은 특정 '이즘'을 기반으로 강한 메시지를 전파하기에 앞서 이렇게 재미도 있어야 한다. 다소 혀가 짧은 듯하지만 걸죽한 남자 래퍼와 여성 싱어의 조화는 귀엽고 친근감이 느껴진다. 다양한 연령층에 어필할 수 있는 소시민적 정서의 코믹한 '서민 랩'.

박:시종일관 '쿵짝쿵짝' 리듬에 "아싸 노래 한곡 하고"라 외치는 노래는 내겐 고문이다. 단순하고 특징 없는 댄스 앨범인데 '힙합' 운운하지는 않겠지?

처절한 고통 담은 소리…자기만의 색깔 아쉬워

◆박기영/Be Natural/YBM서울음반 ★★★☆

싱어송라이터 박기영이 3년만에 내놓은 다섯번째 앨범. 러브홀릭의 이재학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원:진정한 예술은 고통 속에서 탄생한다. 처절한 우울 모드. 고뇌하는 싱어송라이터의 모습을 잘 보여주며 창법 등 많은 부분에서 성공적으로 변화했다.

조:박기영은 소리 구사를 제대로 할 줄 안다. 테크닉과 감각이 매우 높은 수준에 와 있다. 하지만 수록곡들은 앞 부분 만 들어도 코드 진행이 너무 상투적이다. 박기영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박:싱어송라이터가 존중 받는 이유는 자기만의 노래를 부르기 때문. 그런데 러브홀릭 노래인지, 박혜경 노래인지 헷갈리면 문제 아닌가? 차라리 러브홀릭에 가입해서 '한국판 아바'를 만드는 건 어떨지.

'제조된' 아이돌 밴드 … 어른들 공감은 힘들듯

◆동방신기/Tri-Angle/SM Entertainment ★★

10대가 열광하는5인조 남성 그룹 동방신기의 첫번째 정규 앨범.

원:'제조된 밴드'란 원죄를 지닌 반면 수준급 작곡가와 프로듀서 덕에 잘 다듬어진 음반을 낼 수 있다는 프리미엄도 있다. 다만 성인층이 공감하기 힘들다.

조:지극히 SM 사단적인 아이돌 팀이다. 이들이 구사하는 R&B 소울 창법은 언뜻 결이 고운 듯 들리지만 깊이와 개성이 없는 게 문제다. 동방신기란 뮤지션은 없고 SM만 남았다. 준수한 외모에 비해 음악적으로 갈 길은 멀다.

박:변신.합체형 로봇전사를 좋아하는 초등학생들이 이들을 좋아하는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돌아서는 내 뒷모습이 지쳐 보이면 내게로 와 내 손 잡으며 울어준 그대"류의 진부한 가사는 대체 누구 들으라고 만든 걸까.

비주류 장르 도전 과감… 어설픈 비판 메시지도

◆자우림/All You Need Is Love/T-Entertainment ★★★

오버그라운드 대표 록 밴드로 자리잡은 자우림의 다섯번째 앨범.
원: ‘하하하쏭’의 유쾌 모드와 ‘실리콘밸리’ 등 극단적일만큼 비판적인 메시지가 혼재하는 게 당혹스럽긴 하지만 비주류 장르인 ‘스카 펑크’로 오버그라운드에 도전하는 과감한 시도가 돋보인다.

조: 전작들보다 쉽고 편해졌다. 음악을 포용하는 범위가 넓어졌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간 이들을 지켜보던 이들에겐 이질감을 줄 수도. 재치와 음악적 총기가 엿보이던 전작들에 비해 간신히 평균은 유지했다.

박: 김윤아의 솔로 앨범을 포함, 10장이나 낸 중견 뮤지션의 타이틀곡이 기껏 ‘하하하쏭’이라니! 천박한 웃음과 어설픈 비판은 오히려 듣는 사람을 짜증나게 만든다.

정리=이경희 기자

가수 이름/앨범 제목/레이블/별점 순

★★★★★명반 ★★★★소장가치 있음 ★★★취향에 맞는다면 구입 ★★마음에 드는 곡만 구입하길 ★돈 주고 사기 아까운 앨범 (☆는 별 반 개)

앨범평=원용민(음악 잡지 ‘52street’ 편집장)·조성진(음악 전문지 ‘핫뮤직’ 편집장)·박준흠(대중음악웹진 ‘가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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