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빈 라덴 어디에 숨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미국이 테러사건의 배후인물로 확신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은 대체 어디에 숨어 있을까. 사우디아라비아의 유력지인 알샤르크 알와세트는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의 지하 벙커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18일 보도했다.

독일의 일간지 빌트는 빈 라덴이 크호스트.츠하와르.그하츠니.칸다하르 등 아프가니스탄 곳곳에 설치한 네 곳의 쌍둥이 산악 지하벙커와 수십 개의 군용 방어터널을 수일 간격으로 옮겨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빈 라덴은 1998년 한 독일인의 설계에 따라 수천만 달러를 들여 아프가니스탄에 똑같은 구조의 지하벙커를 다섯 곳에 설치했으며 그중 한 곳인 잘랄라바드 벙커는 그해 미국측에 노출되면서 폐쇄했다.

빌트 등 외신에 따르면 '박쥐동굴' 로 불리는 이 벙커는 그물망 식으로 수많은 비밀통로로 연결돼 있어 비상시에는 비행장으로 대피할 수 있는 길도 확보하고 있다.

작전실과 주거시설을 함께 갖추고 있으며 80여명이 6개월 동안 전기를 이용할 수 있는 발전시설과 에스컬레이터까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 깊이는 47m로 15~16층 건물의 높이에 해당한다. 벙커 외곽엔 외부 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으며 주변은 지뢰밭으로 둘러싸였다.

빈 라덴은 이 지하벙커 이외에 86년 아프가니스탄 동부 팍티카주 크호스트 부근에 수많은 군사용 방어터널도 건설했다. 이 터널들은 당시 옛 소련의 침공에 맞서 싸우던 빈 라덴이 아이로니컬하게도 미 중앙정보국(CIA)자금을 이용,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데려온 기술자와 장비를 동원해 건설했다. 방어터널은 방공호.무기저장고.야전병원 등의 용도로 사용됐다.

빌트는 빈 라덴의 경호대가 은신처에 위장망으로 감춘 대공포 진지를 구축하고 러시아제 RPG-7 대전차 로켓 발사관과 SA-7 대공미사일을 배치해 경계를 강화한다고 전했다.

빈 라덴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1백20여기의 미 첩보위성에 포착되는 것이다. 그래서 야간에 소수의 경호원만 데리고 미니 지프를 이용해 거처를 옮긴다. 전파탐지를 피하기 위해 위성전화나 전자장비는 일절 휴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가디언지는 미국이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로 이 지하벙커와 방어터널을 공격해도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98년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 대사관에 대한 테러를 그의 소행으로 보고 은신처로 추정한 잘랄라바드의 지하벙커와 크호스트 지역에 70여발의 크루즈 미사일을 퍼부었으나 빈 라덴은 손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유권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