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습니다] 지원 결정됐는데도 그리스 금리 왜 오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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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기오르고스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 [아테네 AP=연합뉴스]

그리스 국채 금리가 치솟고 있다. 26일(현지시간) 그리스 국채(2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3%포인트 오른 연 13.14%를 기록했다. 그리스가 유로화를 공용 화폐로 사용하는 유로존에 가입한 2001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유로존에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독일 국채 대비 가산금리는 12%포인트에 이른다. 빚을 못 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그리스 국채를 아무도 사려 하지 않으니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로존이 도와주기로 했는데도 그리스 사태는 왜 진정되지 않는 것일까. 과거 남미나 아시아 국가는 구제금융 신청 후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그리스의 빚이 너무 많다. AP통신은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그리스가 450억 유로(약 67조원)를 지원받더라도 빚을 갚기에 역부족이라고 보도했다. 그리스의 국가 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2734억 유로(약 406조원)로 국내총생산(GDP)보다 많다. 영국의 바클레이즈 은행은 그리스가 만기에 맞춰 빚을 갚으려면 900억 유로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시장이 걱정하는 건 이뿐이 아니다.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계획이 과연 실행 가능한지다. 그리스는 내년 말까지 재정적자를 GDP의 13%에서 9% 수준까지 줄일 방침이다. 그러나 많은 이가 1년8개월 만에 이게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공공 부문의 지출을 줄이는 게 그나마 손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그리스 공공노조는 올 들어 총파업을 네 차례나 했다.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리스가 시장의 우려대로 국가 부도가 나면 어떻게 될까. 그리스는 일단 채무 재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만기를 연장하고, 일부 채무는 탕감해 주는 방식이다. 이 경우 그리스의 국제 신인도는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리스가 부도나면 재정난을 겪고 있는 포르투갈·스페인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게 된다. 영국도 예외가 아니다. 독일이 구제금융 협상이란 판을 깨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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