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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테마여행] 전남 함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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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장마와 무더위가 맹위를 떨쳤던 여름을 저만치 밀어내고 가을이 찾아왔다. 세월의 무게를 못이긴 채 고개 숙인 벼이삭은 함평천지 한새들 넓은 들판을 누렇게 수놓는다.

제철을 만난 참새떼는 들판에 서있는 허수아비를 희롱한다. 영산강으로 흘러드는 고막천의 맑은 물 속 엄지손톱 크기만한 노란 어리연 꽃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가을을 노래한다. 고샅길 돌담에 주렁주렁 열린 박 위로 고추잠자리가 떼지어 날아다닌다. 가을을 그려내는 소품이다.

나비축제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전남 함평군(http://www.hampyung.chonnam.kr.061-320-3617). 함평군이 고향의 정취와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어울마당' 을 오는 22~23일 양일간 개최한다.

꽃무릇 큰잔치(해보면), 장승.허수아비 한마당(나산면), 한새들 문화마당(월야면)이 그것이다.

나들이 하기에 좋은 계절을 맞아 주말에 자녀들과 함께 잊혀져 가는 전통문화와 야생화, 그리고 남도의 자지러지는 육자배기 가락을 감상하는 여행길을 소개한다.

▶꽃무릇 큰잔치=불갑산(5백16m) 자락에 자리잡은 용천사(전남 함평군 해보면 광암리) 주변은 무리지어 핀 '꽃무릇(꽃명 석산화)' 이 절 주변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다.

단풍나무와 조릿대, 졸참나무와 왕죽(王竹)이 우거진 숲속에 가느다란 허리를 곧추 세우고 하늘을 향해 꽃잎을 말아올린 꽃무릇은 계절의 길목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꽃무릇은 구근(球根)을 가루로 말려 불교 탱화의 방부제로 사용하였기에 사찰이면 어디를 가나 손쉽게 볼 수 있는 음지 식물이다.

용천사에는 10여만평의 너른 숲속에 꽃무릇이 지천으로 피어 있어 국내 최대의 자생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특히 왕죽 숲사이로 비치는 아침 햇살을 받고 자라서인지 꽃 색깔이 아름답고 선명하다.

중국이 원산지며 일본을 거쳐 국내에 들어왔고 수선화과에 속한 여러해살이 풀이다. 꽃모양은 상사화나 백양화와 비슷하지만 개화시기는 이들 꽃보다 두달 정도 늦어 추석을 열흘 정도 앞두고 핀다.

해보면사무소는 관람객들을 위해 용천사를 중심으로 꽃무릇 군락지를 돌아보는 산책로를 조성했다. 쉬엄쉬엄 걸어도 40분 정도 소요되며 산책로 중간에는 흔들다리와 쉼터가 곳곳에 있다.

산책로에서 불갑산 정상(연실봉)까지는 왕복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특히 일출을 보려거든 경주 토함산, 일몰을 보려거든 함평 불갑산이라 할 만큼 낙조가 볼만하다.

진입로와 산책로 주변에는 각 가정에서 만든 1천5백25기의 돌탑이 조성돼 있으며 2백여m에다 조롱박.수세미.꽃호박으로 꾸며진 터널을 만들어 잊어버린 옛 시절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천번을 생각한다는 의미의 천사사(千思舍)에는 널판에 천자문을 적어 어린 아이들의 교육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축제기간 중 미꾸라지.민물고기 잡기 등 자연생태 체험행사와 물레질.왕골돗자리 짜기 등의 향토생활 체험행사가 열린다. 2시간 정도 모든 행사와 야생화를 감상하고 나면 장승과 솟대, 그리고 허수아비가 환영하는 나산면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장승.허수아비 한마당=나산면사무소는 전통 민속문화의 보존을 위해 솟대 99기, 지역 특성을 살린 전통 장승.팔도 장승, 해학(諧謔)에 현대적 의미를 가미한 마을 장승 1백99기를 세운 장승 공원을 조성했다. 관광객들의 사진촬영 장소로 인기를 끄는 곳이다.

장파금들(함평군 나산면 삼축리) 황금 들판에서는 밀짚모자를 쓴 농부, 황소를 끄는 농군, 새참을 나르는 아낙네 등 갖가지 형상을 하고 서있는 5백여 허수아비 가족을 만날 수 있다.

옛 조상들이 사용했던 쟁기와 홀태 등 전통 농기구, 각종 생활도구 3천여점을 시대별.종류별로 전시해 놓은 생활유물 전시관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이밖에 3세기께 고분이 산재해 있는 월야면에서는 고대 움집체험, 예덕.신덕 고분군, 용월리 고인돌 공원 등 고대문화 탐방코스를 운영한다. 예부터 내려오던 '만드리 풍년제' 를 재현하는 한새들 문화마당도 개최한다.

함평군은 행사장을 찾는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꽃무릇공원.생활유물 전시관.장승공원.고분군 등을 순회하는 무료 셔틀버스 다섯대를 축제기간 중 운행한다. 용천사 입구에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이곳에 주차시켜 놓고 셔틀버스로 행사장을 관람하는 것이 편하다.

▶민물고기 생태관=6월초 문을 연 한국 민물고기 생태관(함평군 학교면 고막리.061-323-1007)은 국내 최대의 민물고기 종합전시관이다.

국도 1호선이 통과하는 함평천지 휴게소 옆에 세워져 있다. 살아 있는 우리 민물고기의 생활모습을 관찰하고 특성을 탐구해 과학적 연구재료로 활용하기 위한 생태학습장이다.

2년동안 민물고기를 수집했다. 쉬리.각시붕어.어름치.참종개.돌상어.퉁사리.두만강 자그사니 등 한국 고유 어종 50종을 포함, 꺽저기.가시고기.쌀미꾸리.황어.점돌개.납자루 등 1백20종의 민물고기가 1백30여개의 수족관에 체계적으로 분류.전시돼 있다. 인공폭포까지 갖춰진 대형 수족관(20×3m)에는 붕어.피라미.참마자 등 30여종 5천여 마리의 물고기가 떼지어 다니며 환상적인 군무(群舞)를 펼친다. 입장료는 1천5백(청소년)~2천원(어른).

함평=김세준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여행쪽지>

▶맛집=가시가 많기로 유명한 붕어찜은 양념에 따라 맛이 좌우된다. 장수회관(함평군 해보면 문장리.061-322-4180)은 붕어찜 하나로 함평군내에서 소문이 난 곳이다.

7년째 붕어찜만 파는 장수회관에서는 참붕어만을 사용하는데 조리는 내장을 뺀 다음 깨끗이 씻고 속에 돼지고기.수삼.대추.오징어를 넣는다. 그리고 양파.고추가루.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특히 양념맛이 일품인데다 다른 곳의 붕어찜과는 달리 내장 대신 집어넣은 고기가 씹히는 맛을 더해 준다.

▶교통편〓호남고속도로 장성인터체인지에서 빠져 나와 함평으로 이어지는 국도 24호선을 따라 30여분을 달리면 해보면 소재지가 있는 금덕 사거리에 닿는다. 오른편으로는 용천사가, 왼편으로는 월야면이, 함평읍내 방향으로 직진하면 나산면이 승용차로 각각 10여분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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