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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억 이용호 게이트… 다섯가지 의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최경원(崔慶元)법무부 장관의 특별 지시에 따라 대검이 17일 G&G 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43)씨에 대한 정.관계 인사들과 일부 검찰 간부의 비호 의혹을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천명함에 따라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4일 대검 중수부가 李씨를 구속할 때만 해도 이 사건은 거액(6백억원)의 구조조정기금 횡령 및 주가 조작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 뒤 李씨가 ▶지난해 5월 서울지검에 긴급체포된 뒤 하루 만에 석방됐고▶당시 서울지검 고위 간부들과 안면이 있는 관계였으며▶검찰 수사 무마비조로 20억원을 건설업자 여운환(呂運桓)씨에게 주었고▶정치권 실세들의 자금을 관리했다는 각종 의혹이 연일 불거지면서 정.관.검 커넥션 의혹으로 확산됐다.

이에 따라 李씨 사건은 단순한 경제범죄 차원을 넘어 그것이 가능했던 배후 비호 인물을 둘러싼 의혹에 더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이번 사건의 의혹은 크게 다섯가지로 정리된다.

◇ 긴급체포 취소와 무혐의 처분=서울지검은 상당기간 내사를 한 끝에 지난해 5월 李씨를 회사 자금 횡령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취소하고 석방했다.

당시 수사 관계자들은 李씨의 구체적 혐의를 확인하고 구속수사를 주장했으나 뚜렷한 이유없이 사건이 유야무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 책임자는 "李씨의 혐의 내용이 입증되지 않아 무혐의 처리했다" 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작 대검이 지난 4일 李씨를 구속한 혐의 내용에 서울지검이 무혐의 처리했던 부분이 포함돼 설득력을 잃고 있다.

◇ 검찰 간부 연루 여부=李씨가 지난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데는 검찰총장 출신 金모 변호사와 당시 서울지검장 등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검이 李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배경도 신승남(愼承男)검찰총장 친동생에게 李씨가 접근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을 정도로 李씨의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접촉 시도가 집요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李씨에게서 30억4천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15일 구속된 呂씨가 이중 20억원을 李씨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로비 자금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져 로비 실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정.관계 커넥션=검찰과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李씨와 呂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의원은 李씨가 여권 실세들의 정치자금을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해 주고 아태평화재단 등에 정치자금을 기부해 온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함승희(咸承熙)의원도 李씨가 29번이나 입건됐지만 단 한차례 벌금형만 선고받았다며 배경에 의문을 표했다.

◇ 해외전환사채(CB)=李씨는 지난해 7~12월 삼애인더스의 CB를 9백만달러어치 발행했고 이중 D신용금고 회장 金모씨가 3백만달러어치를 인수했다. 그뒤 李씨가 보물선 인양사업을 발표하면서 주가를 띄운 덕분에 金씨는 주식 전환 차액 1백54억원을 챙겼다.

그러나 나머지 CB를 인수해 시세 차익을 챙긴 사람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金씨의 시세 차익 규모로 볼 때 나머지 CB의 시세 차익은 3백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삼애인더스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에 불과한 상황에서 국내외 투자자들이 이 CB를 매입할 이유가 없었다" 며 CB가 李씨 주변 인물들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呂씨가 李씨의 CB 발행 과정에 도움을 준다는 명목으로 10억4천만원을 받아 어디에 사용했는지도 수사에서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 금감원의 미온적 대응=금감원은 지난해 3~5월 증권거래소에서 G&G 계열 2개사의 시세조정 혐의를 통보받고서도 제때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7월 21일 조사에 착수했으며 지난해 12월에 가서야 검찰에 통보했다. 당시 금감원 고위 간부는 여당 국회의원에게서 "왜 열심히 하는 기업을 조사하느냐" 는 항의성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김원배.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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