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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흔들리는 세계경제… 경제불안도 장기전 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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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테러쇼크에서 빨리 벗어나는 듯하던 세계의 금융.상품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무엇보다 전쟁상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딕 체니 미 부통령은 "보복작전이 수년에 걸쳐 진행될 수도 있다" 고 밝혔다.

전쟁의 장기화는 각국의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경기침체의 골을 깊게 할 소지가 많다. 이런 가운데 17일 다시 문을 연 뉴욕 증시에 지구촌 경제인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동요하는 시장=일단 주식을 팔고 관망하자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지난 주말 런던.파리.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증시가 4~6%씩 떨어진 데 이어 17일 도쿄.싱가포르.홍콩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5% 안팎씩 일제히 하락했다.

뉴욕 증시가 17일 폭락세로 출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뉴욕 증시 하락폭이 최대 10%가 될 수도 있다" 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10% 정도에서 하락을 멈추고 반등하면 세계 증시는 안정을 되찾을 것이지만 그 이상으로 하락폭이 커지면 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다" 고 말했다.

◇ 다시 켜진 실적악화 경고등=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항공.보험업계는 물론 전반적인 소비심리 악화로 자동차.주택.정보기술(IT) 등 산업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포드자동차와 제너럴 일렉트릭(GE)은 테러쇼크로 올 3분기와 4분기 실적이 기존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고 공시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퍼스트콜 톰슨파이낸스는 "4분기 미 기업들의 이익 감소폭 전망치를 당초 5%에서 15%로 늘려잡는다" 고 16일 밝혔다.

◇ 선진국들의 공조=미국은 주가폭락을 막기 위해 증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한편 주가 추이를 보아 가며 오는 10월 2일로 예정된 금리인하 조치를 이번주로 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현재 3.5%인 연방기금 금리가 0.5~0.7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17일 엔화 강세.달러 약세 현상을 저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 엔.달러 환율을 달러당 1백17엔대로 끌어올렸다. 유럽연합(EU) 회원국도 긴밀히 협조해 유동성 공급 확대와 금리 추가 인하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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