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벼랑끝 "돌파구가 안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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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한동안 잘나가던 코스닥시장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17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코스닥지수(46)는 사상 최고치였던 2000년3월(2백83)의 6분의 1 수준이다.

이날 하한가 종목(4백58개)과 하락 종목(6백27개)이 지난 12일에 이어 사상 두번째를 기록했다. 거래대금(6천2백32억원)도 올들어 최저치를 경신했고 특히 시가총액은 올들어 처음으로 3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코스닥 지수는 미국 테러사건이 일어난 지난 12일 이후 25.49%나 하락, 같은 기간 중 종합지수 하락률(13.28%)의 두배 가까운 낙폭을 기록했다.

◇ 테러 한파에 취약=코스닥시장의 낙폭이 큰 것은 무엇보다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중소 정보기술(IT)기업이 대미 수출 감소에 따른 타격을 더 심하게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유용석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기와 소비 위축의 충격이 수출을 통해 국내 경제로 전달되면서 상대적으로 내성이 약한 중소기업과 IT기업의 타격이 증폭될 수 있다" 고 예상했다.

또 신규등록과 증자 남발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고질화돼 있다. 여기에 경기 둔화를 막으려는 정부의 재정.통화 확대 정책이 건설주 등 거래소의 내수.대중주로의 개인 이동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예상도 코스닥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 저점도 믿기 어렵다=그간 주가가 지나치게 많이 떨어졌다는 주장도 투자자에겐 위안이 되지 않는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SK증권은 17일 "신규 등록 물량이 많은 시장 특성 때문에 지수 자체가 왜곡돼 있다" 며 "지난해 연말 기록했던 전저점이 무너졌다고 해서 저가 메리트(이점)를 거론하기는 어려운 상황" 이라고 지적했다.

올들어 새로 등록한 53개사가 한창 상승세를 보이던 등록 한달 뒤부터 지수에 반영돼 그만큼 거품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현대증권도 "올 상반기 코스닥 기업의 수익성이 거래소보다 크게 둔화됐던 점을 감안하면 현 지수가 바닥권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고 설명했다.

나현철.김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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