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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러 대전] 파키스탄 곳곳에 무장군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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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슬라마바드.카라치=김석환 기자]아프가니스탄의 인접국 파키스탄에는 긴장이 팽팽하다.

16일 국경과 2백여㎞ 떨어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중심지 아가한 거리에는 상점 등 곳곳에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을 돕자' 는 글귀와 모금함이 보인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지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돈.자사라트 등 현지 신문들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15일 미국에 아프가니스탄 공격로를 내주기로 하자 강경파 이슬람교도와 아프가니스탄계 주민들이 "이슬람 형제를 죽일 수 없다" 며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교도인데다 아프가니스탄계 주민이 수백만명에 이르는 파키스탄의 고민을 보여준다. 거리엔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아프가니스탄의 집권 탈레반 정권이 미국에 협조하는 국가에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는 내용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신문을 보고 있다. 탈레반의 경고를 자기들을 겨냥한 것으로 여기며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호텔 등 외국인이 많이 모인 곳에는 금속탐지기와 검색대 등이 설치돼 출입이 통제되고 있고 곳곳에 무장경찰과 군인들이 경계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 공항에는 철수를 시작한 미국.영국인들과 취재를 위해 입국하고 있는 종군기자들이 뒤섞여 어수선한 분위기다. 곧 공항이 폐쇄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이슬람 지도자들도 반미(反美)입장을 밝히고 있다. 15일 파키스탄 최고의 이슬람 원리주의 지도자 마루란 사미울 하크는 "형제에게 총부리를 돌리게 하지 않겠다" 고 집권 군정 지도자들에게 경고했다.

파키스탄은 극심한 경제난으로 미국 등 서방의 경제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압력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무샤라프 대통령과 2인자인 메흐무드 아흐메드 중앙정보부장 등 파키스탄 지도부는 15일 이슬라마바드의 라왈판디(군 최고 지휘본부)에서 대책을 논의했으며 16일에는 주요 종교지도자 34명을 초청해 설득작업을 벌였다.

16일 오후 이슬라마바드에서 만난 현지 기자 무하마드는 "이곳에는 빈 라덴의 알 카에다 등과 연결된 조직들이 많다. 특히 파키스탄 국내정보부(ISI)는 탈레반과 깊숙이 연계돼 있어 상황이 악화할 경우 군정이 분열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파키스탄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고 우려했다.

한편 파키스탄에 거주하고 있는 2백30여명의 한국교민들은 본국 외교통상부의 철수권고에 따라 19일까지 대부분 철수할 예정이나 현대종합상사 등 일부 기업은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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