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량매수 합의] "증시 붕괴 막자" 이례적 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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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의 기관투자가들이 주가폭락 사태를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담합' 을 하기로 했다. 보유 주식 매도를 자제하고 개인투자자들이 내놓는 주식을 대량 매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주가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는 어긋날 수 있지만 초대형 테러사태로 인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증시의 불공정 행위를 단속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이들의 합의가 시장안정이 주목적이라는 점을 감안해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

실제로 미국 증시가 14일까지 나흘째 문을 열지 못하는 동안 세계 증시는 혼란을 겪고 있다.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테러발생 직후인 지난 12일 12%나 폭락, 지수 500선 아래로 밀렸다. 다음날 반짝 오름세(5%)로 돌아섰으나 14일 다시 3.4%나 떨어졌다.

도쿄(東京)증시도 지난 12일 17년 만에 지수 10, 000엔선이 무너진 뒤 이틀 뒤인 14일 간신히 10, 000엔선을 회복했다. 유럽 증시는 지난 11일 폭락세를 보인 뒤 12, 13일 연속 상승했다. 그러나 14일 장 초반 하락세를 기록하는 등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미주 지역에서는 테러사태로 거래 중단 후 13일 문을 연 캐나다 토론토 증시가 0.76% 상승한 반면 아르헨티나 증시는 2.7% 하락했다. 전날 2.5% 상승한 브라질 증시는 13일 큰 폭의 하락세(-7.3%)로 돌아섰다.

테러사태 후 13일 처음으로 열린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미국의 2년 만기 국채에 시중 자금이 몰리면서 채권가격이 폭등(수익률은 급락)했다.

수익률이 2.98%를 기록, 테러사태 전보다 0.51%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1958년 이후 43년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이는 미국의 보복공격 임박으로 투자자들이 안전한 금융자산인 미 국채를 선호한 데다 미 금융당국이 가까운 시일 내에 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달러 가치는 14일 한 때 도쿄시장에서 달러당 1백18.72엔까지 하락했으나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일본 재무상의 시장개입 시사 발언으로 소폭 반등, 결국 전날보다 0.18엔 내린 1백18.93엔으로 장을 마쳤다.

유가는 소폭 올랐다. 13일 런던 상품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11월 인도분)는 전날보다 배럴당 0.14달러 오른 28.37달러를 기록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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