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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대전 … 봄이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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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호적수의 반격이 시작됐다. 그것도 단번에 판도를 뒤집겠다는 기세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 회사인 SK텔레콤은 27일부터 6월 말까지 출시할 스마트폰을 26일 일제히 공개했다.

앞으로 두 달여 동안 무려 10종을 내놓는다. 9종은 국내 통신업계에서 유일하게 공급하는 품목이다. 지난해 12월 애플 아이폰을 출시해 스마트폰 시장의 바람몰이를 한 KT와 본격 대결하겠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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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이폰과 대립각을 세우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적용한 것이 8종에 달한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KT와 아이폰 연합에 대항하기 위해 SK텔레콤이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최상위 제품을 전략적으로 택했다”고 해석했다.

SK텔레콤은 27일 삼성전자의 갤럭시A 출시를 필두로 일주일에 한두 모델씩 선보이는 숨가쁜 출시 릴레이를 펼친다. 갤럭시A는 삼성전자의 첫 안드로이드폰이자 첫 정전식 터치패널 모델이다.

그동안 삼성 옴니아폰이 고집한 감압식과 달리 화면을 꼭 누르지 않고 슬쩍 스쳐도 반응한다. 아이폰과 같은 방식이다. 이미 모습을 드러낸 시리우스는, 재기를 노리는 팬택이 아이폰을 겨냥해 공들인 제품이다.

특히 SK텔레콤과 독점공급 계약을 한 삼성 갤럭시S는 ‘수퍼 스마트폰’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지난달 미국 공개 후 ‘아이폰 대항마’로 관심을 모았다.

이로써 SK텔레콤은 1분기 2종을 포함해 상반기에 12종의 스마트폰을 내놓게 된다. 이는 이 회사가 5년간 출시한 스마트폰 기종 수(13종)에 버금간다.

배준동 마케팅부문장은 “상반기 출시될 스마트폰 대부분 안드로이드 OS 2.1과 1기가헤르츠(Ghz) 초고속 프로세서를 채택해 반응 속도가 빠르고 멀티태스킹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KT는 SK텔레콤의 안드로이드폰 공세에 적잖이 놀란 표정이다. 아이폰을 들여와 50만 가입자를 확보한 KT는 아이폰 흥행을 이어갈 차기 스마트폰 출시를 저울질해 왔지만 뾰족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아이폰 독주에 대한 국내외 휴대전화기 업체들의 견제심리가 작용했다는 말도 들린다.

익명을 원한 KT 관계자는 “다양한 스마트폰으로 고객의 선택권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선데이터를 제대로 쓰게끔 하는 망(와이파이·와이브로)이 구축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SK텔레콤보다 출시가 확정된 모델은 적지만 선택과 집중의 묘를 살려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KT는 상반기 안에 노키아의 심비안 OS 9.4 버전을 탑재한 ‘X6’와 팬택의 시리우스 차기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팬택 기종에는 안드로이드OS가 실린다. 또 2∼3종의 외국계 스마트폰을 더 내놓기 위해 업체들과 접촉 중이다.

이승혁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통신업계가 OS를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건 소비자들이 폭넓은 선택권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기종이 다양해질수록 통신사의 보조금 부담이 생길 수 있고, OS 버전을 업그레이드시킬 때 비용이 많이 든다”며 “어떤 식으로 수익원을 창출할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제품군이 두터워지는 만큼 이를 활용해 음성과 데이터 등의 이용자 접속을 어떻게 늘려 수익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병기 연구원은 “국내 스마트폰의 초기 시장은 KT가 기선을 제압했다고 평가되고, 상반기 단말기 시장은 SK텔레콤의 우세가 점쳐지는 만큼 이제부터 본격적인 승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인범 동부증권 수석연구원은 “앱스토어 같은 소프트웨어 인프라에서 한 발 앞선 아이폰에 대항하려면 안드로이드OS의 애플리케이션 생태계가 얼마나 활발히 작동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병주·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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