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테러참사] 미테러 사고현지와 전화·팩스 불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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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미국에서 발생한 초유의 대폭발 테러사건과 관련, 국내에서도 상당수 국민들이 사태의 파장을 예의 주시하며 불안한 밤을 보냈다.

정부는 미국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동시다발 테러와 관련, 국가 주요 시설에 대한 경비를 강화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외교통상부는 미국내 테러 공격으로 인해 발생한 우리 교민의 피해는 11일 밤 12시 현재 접수된 바 없으나 교민 안전을 위해 최우선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폭발사고가 난 뉴욕.워싱턴 등지에 친지나 현지 상사를 둔 시민.기업들은 해당 지역의 전화와 팩스 등이 모두 불통되면서 불안과 걱정에 떨었다.

경찰청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오후 11시30분쯤 서울광화문 주한 미국대사관과 서울 용산 미8군기지 주변, 정동 미 대사관저 등 관련 시설물들에 시설경계 강화 지시를 내리고 경찰 병력을 긴급 증강 배치했다.

◇ 미국행 항공기 회항 및 전면 취소=인천공항측은 미국 내 공항의 항공기 운항 전면 금지조치에 따라 이미 미국을 향해 출발한 비행기들의 상황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는 "이미 밤 11시 이전에 미국행 비행기는 모두 떠난 상태" 라며 "이들 비행기들이 캐나다 등 인근 국가로 회항하고 있다" 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12일 새벽 1시에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던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가 취소되는 등 오전 9시 이후부터 출발하는 미국행 여객기도 일단 모두 취소했다" 고 밝혔다.

◇ 빗발친 문의로 전화 마비=폭발이 일어난 직후인 오후 10시쯤부터 미국 동북부지역으로 통하는 국제전화가 한동안 불통돼 한국통신.데이콤 등에는 문의전화가 폭주해 전 회선이 불통되는 사태를 빚었다. 이날 밤 한.미간 통화 건수는 평소보다 64%가 증가했고 평소 통화가 많는 낮시간대에 비해서도 90%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통은 밝혔다.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에 동생가족이 살고 있다는 김옥경(46.여.서울 강서구 화곡동)씨는 "전화가 안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불안하다" 며 본지에 전화를 걸어왔다.

이정희(37.서울 서초동)씨도 "1999년 미국 맨해튼으로 둘째오빠(42)가 이민을 가 사업을 하고 있는데 연락이 괜찮으냐" 며 "걱정 때문에 TV에서 눈을 못떼고 있다" 고 호소하는 등 언론사에는 현지소식을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한국통신 국제전화센터 담당자는 이와 관련, "국내에서 미국으로 나가는 선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며 "아마 미국 내의 문제점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뉴욕 등에 상당수의 현지 주재원을 두고 있는 대기업들도 이날 밤 현지 주재원들의 피해 및 상황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

LG전자 해외영업팀의 이진모씨는 "현지 뉴저지 등 주재원들을 통해 이 사태가 미칠 영향 등 상황파악을 하고 있다" 고 말했다.

◇ 미국 관련시설 비상경계 돌입=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미8군 기지와 광화문 미대사관 주변에 배치된 전경 1개 중대를 2개 중대로 늘리고 주변 지역을 통제하고 있다" 고 밝혔다.

강갑생.손민호.정효식.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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