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중국·러시아 철도외교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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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국과 러시아가 경의선 복원을 염두에 두고 북한에 대한 '철도 외교' 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4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철도 연결에 합의하고 북.러 철도 협정을 체결했다.

최근 방한한 러시아의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 시모니아 소장에 따르면 이 협정은 러시아측이 5억달러를 투자, 북한 철도 9백30㎞를 현대화해 이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결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는 것.

10일 평양방송에 따르면 바체슬라프 러시아 철도부 국장이 인솔하는 40여명의 조사단은 이미 방북, 북한의 동해안 철도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교통개발연구원의 안병민(安秉珉)동북아연구팀장은 경의선이 러시아의 TSR와 연결될 경우 이 노선은 연간 33만~66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한개)수송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럴 경우 북한은 연간 5천5백만~1억1천만달러 상당의 운임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여기에다 경의선 복원에 따라 그동안 남포 등을 거쳤던 해운 물동량의 일부를 철도로 대체할 경우 북한은 모두 합해 연간 2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인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중국도 북한과의 철도 연계에 적극적이다.

지난 3일 평양을 방문한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이 자신의 수행원 가운데 류즈쥔(柳志軍) 철도부 부부장을 포함시킨 것이 한 예다.

서울의 외교 관측통들은 江주석의 평양 방문기간에 중국과 북한이 경의선 복원을 전제로 이를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계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통개발원의 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은 경의선 복원이 이뤄질 경우 2005년까지 연간 22만TEU를 경의선을 통해 미국.일본 등지로 수송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결국 문제는 경의선 복원이 실제로 가능할 것인지,가능하다면 언제인지로 귀착된다.

우리측은 김대중 대통령이 "오는 15일부터 열리는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경의선 문제가 해결될 것" 이라고 예고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있다.

이에 앞서 손학래(孫鶴來)철도청장을 모스크바로 파견, 한반도종단철도(TKR)와 TSR 연결 사업을 위해 양국간 교통협력위원회와 철도대표부를 설치키로 합의하고, 철도 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도 내심 경의선 복원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공산이 크다. 지금은 지난 3년간 북한의 '달러 박스' 역할을 해오던 금강산 관광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여서 이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외화소득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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