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싸고 당·청와대 갈등 '파워 게임' 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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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당정 개편을 앞둔 여권 내의 파워 게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무총리.민주당 대표.청와대 비서실장 등 속칭 '빅3' 의 인선이 혼선을 거듭하는 가운데 동교동계, 차기 예비주자들, 초.재선 개혁 그룹들이 제각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드러내놓고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밝히면서 힘 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다.

청와대에선 "대통령의 고유권한(인사)에 대해 건의는 좋지만 공개적이면 안되는데…" 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야당에선 "레임덕(집권 후반기 권력 누수현상)이 시작됐다" 고 보기도 한다.

◇ "李총리 돌려보내라" =6일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는 이한동 총리 유임설에 대해 강력한 비판이 제기됐다.

정대철(鄭大哲)최고위원은 "여권이 왜 李총리를 붙잡으려고 애써야 하느냐" 면서 "그런 식으로 하면 국민이 새롭다고 느끼는 인사가 이뤄질 수 없다" 고 지적했다.

장을병(張乙炳)최고위원이 곧바로 "그 말이 맞다" 며 동의했다.

상당수 최고위원들이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도 "자민련과 결별했으면 총리는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고 말했다.

이날 오후 李총리의 유임 사실이 알려지자 당 고위 관계자는 "이래서야 어떻게 쇄신 인사가 있을 수 있나" 라고 탄식했다.

◇ 고조되는 당.청간 갈등=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당정 개편과 관련해 거론되는 청와대 내의 당 출신 인사들에 대한 노골적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기재(金杞載)최고위원은 "그동안 두 차례의 의총과 연찬회에서 당정 쇄신을 논의했는데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인사들과는 거리가 멀다. 중대 기로인데 이래서야 민심이 잡히느냐" 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청와대측의 상황 인식이 철저하지 못하다는 데 대해 여러 최고위원이 공감한다" 면서 "(청와대에서 당으로 내려오는)순환 보직은 안된다. 그건 개편일지 모르나 쇄신은 아니다" 고 비판했다.

당내 개혁파의 한 초선 의원은 "국정이 이 지경이 된 데 대해 책임져야 할 청와대 비서진이 당으로 내려오고, 또 청와대 요직을 맡는다면 누가 승복하겠느냐" 고 말했다.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은 "인사가 잘못되면 적지 않은 파문이 일 것" 이라고 주장했다.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무엇보다 당정 개편이 이뤄진 뒤 그 결과를 모든 당원이 흔쾌히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면서 "김중권 대표가 이 같은 당의 뜻을 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에게 재차 전달키로 했다" 고 말했다.

당이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두번씩이나 공개적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 동교동 대 비(非)동교동=민주당 내부에선 인선 과정에서 동교동계 핵심 인사들이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비동교동계 의원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오전 최고위원 회의에선 "대표는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지 않아야 한다" 는 주장의 이인제 최고위원과 "공민권 제한은 안된다" 며 반대하는 한화갑 최고위원간에 설전도 벌어졌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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