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방북 결산] 북-중 전통 우의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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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의 방북(訪北)은 2박3일의 길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중.북 양국 모두에 적지 않은 수확을 안겼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양국이 챙긴 가장 큰 수확으로는 우선 21세기 들어 새롭게 다진 북.중 우의가 꼽힌다. 베이징(北京)의 외교 소식통은 "극히 평범해 보이는 '북.중 우의 회복' 이 江주석 방북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고 설명한다.

첫째,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후 처음인 이번 江주석의 방북을 통해 그동안 편치 않았던 북.중 양국이 감정의 응어리를 풀고 완전 정상화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중국으로선 한.중 수교 이후 북한이 퍼부은 수정주의란 비난이 언제나 부담이었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 또한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江주석 방북은 이같은 앙금을 해소, 북.중 우의를 다지는 여정으로 면밀하게 준비됐다. 江주석이 찾은 만경대 소년궁전에선 서예반 학생이 '북.중 우의' 란 네자를 한자로 써 江주석에게 선물했고 4일 밤의 매스게임에선 '북.중 우의가 만고에 푸르다' 란 글이 수놓아졌다.

이에 江주석은 "11년 만에 다시 북한을 찾았는데 세계도 변하고 또 중국 국내 정세도 변했건만 오직 변하지 않은 것은 중.북 우의뿐" 이라며 감격해 했다고 江주석을 수행했던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왕자루이(王家瑞)부부장이 전했다. 이같은 북.중 우의 회복은 고위층 및 청소년을 포함, 각계각층의 교류를 강화하고 지역.국제 문제에서 양국이 협력을 강화하며 경제.무역 분야에서 교류를 강화하자는 합의로 이어졌다.

중국은 특히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江주석이 제창한 3개 대표론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에 크게 고무됐다. 3개 대표론이란 중국 공산당이 사영 기업주 등 자본가도 끌어안겠다는 선언으로, 이에 대한 金위원장의 지지 표명은 북.중 사이에 더 이상 걸림돌이 없음을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둘째, 이같은 북.중 우의 과시를 통해 양국이 얻는 외교적 성과다. 중국은 江주석의 이번 방북을 통해 중.북간에는 여타 국가들과 달리 과거부터 면면히 내려오는 진한 우의가 있음을 강조했다.

江주석이 90년 방북 때 김일성(金日成)과의 회담 광경을 거론하고 4일 김일성 생가를 방문한 점과 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과 김일성 사이에 맺어진 유대를 언급한 것은 북한과 다른 국가간 우의와의 차별화를 꾀한 것이란 지적이다.

중국은 외부에 '북한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는 중국밖에 없다' 는 인상을 강하게 심었다는 평가다. 반면 미국 등 서방과의 대화에 나서야 하는 북한은 중국과의 끈끈한 관계를 과시하는 데 성공, 대(對)서방 접촉에서 힘을 얻게 됐다.

북한이 조만간 한국 및 서방과의 대화를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북한이 이번 江주석 방북을 통해 비로소 북.중, 북.러 정상간의 상호 교차 방문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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