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본 미션스쿨 강제 종교교육 ‘위법’ 근거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법원은 22일 학내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다 퇴학 처분을 받았던 강의석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미션 스쿨’에서 종교 교육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제시했다. 1974년 고교 평준화 제도가 실시된 뒤부터 자신의 신앙과 무관하게 미션 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의 종교 자유를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란에 첫 판례를 만든 것이다. 그동안 학교 측은 “크게 보면 학교 교육의 범위 내에 있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학생과 학부모들은 “특정 종파의 교리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판결에서 ▶종교 교육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그 교육이 일시적인 것인지 ▶학생들에게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했는지 ▶학생들이 불이익을 염려하지 않고 자유롭게 대체과목을 선택하거나 종교 교육 참여를 거부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내놓았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 기준을 근거로 대광고의 종교 교육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종교 행사에 불참한 학생에게 청소를 시키는 등 불이익을 줬고 ▶강씨가 수차례 이의를 제기했음에도 학교 정책에 변화가 없었으며 ▶대체과목을 개설하지 않았고 ▶학생들에게 사전 동의를 얻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평준화 정책에 따라 자신의 신앙과 무관하게 미션 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종교 교육 참여의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대희·양창수·신영철 대법관은 “종교 교육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는 학생에게 전학 기회를 주는 등 보완책을 제시하지 않았을 경우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있는데 대광고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또 하나의 쟁점은 강씨의 ‘불손한 행동’이 퇴학 처분의 사유가 되는지였다. 강씨는 3학년이던 2004년 6월 방송실에 들어가 “학교의 예배 강요는 잘못됐다”는 교내 방송을 했다. 이에 담임교사가 “방송실을 무단으로 사용한 부분에 대해 사과하라”고 하자 강씨는 벽을 주먹으로 치면서 “잘못은 방송실 관리를 소홀히 한 학교에 있다”고 소리쳤다. 재판부는 이 같은 강씨의 행동에 대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강씨가 평소 학교 정책에 순응해왔고 우발적으로 불손한 행동을 한 점을 고려하면 퇴학 처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 이동근 공보관은 “평준화 제도에 따른 학교 배정으로 학생과 사립학교가 갖는 종교의 자유가 충돌할 때 해결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학교 현장에서 종교 교육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