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환경청, 4대 강 공사 중단 첫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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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은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사진)가 발견된 경기도 여주군 남한강의 도리섬(삼합리섬)의 4대 강 사업 관련 공사를 잠정 중단토록 최근 국토해양부에 요청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방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법을 근거로 4대 강 사업 구간의 공사를 멈추라고 요구한 것은 지난해 11월 착공 이후 처음이다. 한강환경청은 또 해당 공사구간 시공사인 H사에 대해서는 야생동식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H사는 도리섬 준설 과정에서 단양쑥부쟁이 160포기를 훼손하고 7포기가 말라 죽도록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강환경청 김판규 환경평가과장은 “도리섬에서는 공사를 중단하고, 이 섬을 포함한 한강 6공구(17.5㎞) 구간 전체에서 단양쑥부쟁이 서식 실태를 전면 재조사토록 국토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강환경청은 단양쑥부쟁이가 추가 발견될 경우 옮겨 심거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등 보존대책을 수립할 것도 요구했다. 도리섬에서는 최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식물인 단양쑥부쟁이와 멸종위기 파충류인 표범장지뱀이 발견됐으나 지난해 국토부가 마련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들어 있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한강뿐 아니라 다른 4대 강 공사 구간에서도 법적 보호종이 발견될 개연성이 있어 필요하면 공사중단 요구 등의 조처를 하도록 다른 지방환경청에도 통보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은 한국수자원공사의 4대강사업본부 박언상 팀장은 “현재는 도리섬 전체가 아니라 단양쑥부쟁이 서식이 확인된 일부 지역에서만 공사를 중단한 상태”라며 “6공구에서 전수조사를 하더라도 공사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사업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황민혁 활동가는 “이번 조치는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진행됐음을 환경부도 인정한 것”이라며 “국토부가 공사중단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UNEP "4대 강 사업은 그린 뉴딜”=유엔환경계획(UNEP) 아힘 슈타이너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차 환경을 위한 글로벌 기업정상회의(B4E Summit 2010)에서 자체 작성한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 보고서를 이만의 환경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UNEP는 이 보고서에서 “4대 강 사업은 그린 뉴딜(Green New Deal) 사업으로 칭찬할 만하다”면서도 “효과적인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에서 나온 결론과 대책을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4대 강 사업에서 예상치 못한 환경영향이 발생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관련 이해당사자 사이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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