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공식 배포… 인플레·위폐 우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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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내년 1월부터 유로화 가입 12개국(유로랜드)의 3억 인구가 사용할 유로화 공식 수송작전이 1일 시작된다.

유로화 도입 개시일인 E데이(2002년 1월 1일)를 4개월 앞둔 이번 행사는 유럽의 유로화 사용시대가 목전에 도래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유럽 언론들은 "세계에서 가장 과감한 통화 개혁 실험이 시작됐다" 고 평가하고 있다.

◇ 유로화 공식 배분=유럽중앙은행(ECB)이 1일부터 올해 말까지에 걸쳐 배포하는 유로화는 지폐 7종 14억5천만장과 동전 8종 5백억개.

현재 총 6천6백억유로(약 7백50조원)에 달하는 지폐와 동전 중 80% 정도가 제작이 완료됐으며 1일부터 유럽연합(EU) 15개국 가운데 유로권에 가입하지 않은 영국.스웨덴.덴마크를 제외한 12개국 은행.대형 유통업체에 배포된다.

ECB는 위폐 방지를 위해 유로화 지폐의 자세한 도안 공개를 미루다 지난달 30일 전격 공개했다.

유로권 12개국은 유로화의 본격 유통이 유럽 통합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장기적으로는 역내 교역이 증가하고 기업 활동 여건이 호전돼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우려되는 부작용=초기 도입과정에서의 각종 혼란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단기적으로는 유로화 부족에 의한 혼란과 인플레가 우려된다.

유로권 국민은 유로가 자국통화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상품 가격을 올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4.5프랑짜리 바게트 빵을 유로로 환산하면 0.68유로가 되지만 프랑스 제빵업자들은 계산의 편의를 위해 0.7유로를 받을 계획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와 함께 ECB는 새로 선보이는 5백유로(약 57만원)짜리 고액권이 기존의 미화 1백달러짜리 대신 검은 돈은 은닉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걱정한다. 한 조사에선 대략 5백조원 정도의 위조지폐가 유통될 것으로 예상됐다.

◇ 주변국가 영향=유로권 외에 유럽의 소국 모나코.산마리노.바티칸 등은 유로를 공식통화로 사용할 예정이다. 스위스도 내년 1월 3일부터 일부 현금지급기에서 유로를 인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유로 가입을 둘러싸고 내부 논란이 거센 영국 역시 해러즈(Harrods).막스 앤드 스펜서 등 유명 백화점들은 물론 영국 전역의 주차장.자판기 운영업체 등이 유로화를 받기로 했다. 특히 계속 유로권 밖에 머물 경우 해외자본이 유럽대륙으로 빠져나갈 우려가 커 영국의 유로 가입은 시간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서울=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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