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간첩 '무하마드 깐수' 새 책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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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남파간첩 정수일(일명 무하마드 깐수.66.전 단국대 사학과 초빙교수)씨의 책이 이달 중순부터 잇따라 출간된다. 그가 옥중에서 번역하고 저술한 학술서들이다.

14세기 중세시대 동서 교류의 실상을 담은 기행문 『이븐 바투타 여행기』번역서 2권이 9월 중순에, 비단길에 얽힌 이야기를 개념부터 새로 정립해 엮은 『실크로드학』이 10월에 각각 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된다.

또 동서교섭사를 전공한 정씨가 자신의 연구성과를 고대.중세.근세 편으로 나눠 집필할 『세계문명교류사』 가운데 '고대편' 이 올해 안에 사계절출판사에서 나올 예정이다. 중국어.아랍어.일본어 등 5개국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정씨는 수감생활 5년간 번역과 저술 작업에 매달렸다고 한다.

전향한 그는 심경을 묻는 질문에 "모두 다 밝혀진 지난 일을 되새기고 싶지 않다" 면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학자로서 조용히 책을 쓰며 살고 싶다" 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 1년간 어떻게 지냈나.

"강의를 나가거나 하는 일은 없었고 주로 집에서 책의 마무리 손질을 하고 보냈다. 언론에 너무 시달려 힘들었다. 기진맥진할 정도다. "

- 나올 책에 대해 말해달라.

"방대한 분량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는 사료적으로 매우 중요한데도 발췌 번역돼 인용될 뿐 완역된 적이 없었다. 『실크로드학』에선 동서교류사의 핵심이랄 수 있는 비단길에 대한 개념 정리부터 다시 해 견해를 제시할 것이다. "

- 새로운 학설을 발표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평생 연구해온 분야를 중간 결산한다는 의미도 있다. 구체적 내용은 출판사측과 책이 나온 후에 발표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지금 말할 수는 없다. 양해해 달라. "

- 앞으로 계획은.

"특별한 계획은 없다. 내 책에 대해 말하는 이런 대화도 사실 쑥스럽다. 공부한 사람으로 할 일은 학문연구 뿐이다. "

정씨는 1984년 남파된 뒤 96년 검거되기 전까지 그의 정체를 몰랐던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중국에서 태어나 북경대를 나왔고 북한으로 들어간 뒤 레바논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기도 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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