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5번 조경환 '롯데 득점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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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작은 거인' 조경환(29.롯데)의 방망이에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달려 있다.

롯데의 공격력하면 모두가 타격 5관왕을 노리는 '검은 갈매기' 호세를 떠올린다. 또 후반기 호조의 원인을 찾다 보면 잘 나가는 1번 타자 김주찬의 모습이 먼저 그려진다. 그러나 경기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키 플레이어가 숨겨져 있다. 바로 조경환이다.

지난 28일 대구 삼성전에서 롯데는 16 - 4로 크게 이겼으나 팀 전력의 핵심 호세는 볼넷 2개만 고른 채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상대 투수들은 호세만 나오면 고의 4구를 내주든지 유인구로 일관, 호세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투수들이 공격의 맥을 끊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것이다

호세의 다음 타자는 조경환. 한 시름 놓고 조경환을 상대하려던 삼성 투수들은 1m76㎝의 작은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조선수의 힘있는 배팅에 넉다운 당하고 말았다. 홈런 1개 포함, 3타수 2안타 2타점의 알토란 같은 활약이었다.

"기회는 사실 조경환에게 몰린다. 조경환의 공격력이 풀려야 경기를 이길 수 있다" 는 롯데 우용득 감독 대행의 말이 그대로 적중된 경기였다.

서울고-고려대를 나온 조선수는 작은 키뿐 아니라 느린 발까지, 타자로는 그다지 재목감이 아니었다.

1998년 롯데에 입단해 홈런은 그럭저럭 9개를 터뜨렸지만 타율은 0.231에 머무르며 '정확성이 없는 타자' 로 낙인됐다. 그러나 조선수는 개성을 죽이지 않았다. "힘에는 누구에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다소 엉성하더라도 다른 선수들이 하는 스타일을 따라 하면 이도저도 안된다" 는 확신이 있었다. 타격 자세를 교정하기보다 골프 스윙을 연상시키는 자신만의 편안한 자세로 쳤고 조금이라도 시간이 남으면 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력했다.

99년 19개, 2000년 25개로 홈런 숫자가 쑥쑥 늘어나더니 올시즌도 24경기가 남았지만 벌써 지난해와 같은 25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타율도 0.294로 타격 20걸 안에 포함돼 정교함까지 가미되고 있다.

대구〓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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