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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고정세율과 누진세율의 차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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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흔히 "돈을 많이 번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고 가난한 사람은 적게 내야 한다" 고 합니다. 부자가 나라를 이끌어가기 위한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는 얘기죠.

그럼 부자와 가난한 사람에게 어느 정도씩 세금을 거두는게 좋을까요.

세금을 얼마로 정하느냐 하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역사책에서 보듯이 사람당 '베 한필' 또는 '쌀 두 말' 하는 식으로 똑같이 세금을 매기는 방식입니다.

세금 액수가 미리 정해져 있다 해서 정액세(定額稅)라고 하는데, 공식용어는 아니지만 사람 숫자당 얼마씩 세금을 매긴다고 해서 인두세(人頭稅)라 부르기도 합니다.

돈이 많고 적은지 따지지 않고 물리는 세금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대부분 사라졌고, 요즘은 주민세(1년에 1인당 5천원 안팎)와 경마장에 들어갈 때 내는 특별소비세(5백원)같은 데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두번째 방법은 벌어들인 돈에 대해 같은 비율(고정세율)로 세금을 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득세의 세율이 30%라면, 1천만원을 벌었을 경우 3백만원을 세금으로 걷는 방식이죠.

돈을 많이 벌면 세금액수는 늘어나지만 소득에 대한 비율은 같죠. 19세기까지 대부분의 나라가 이런 식으로 소득세를 걷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어요.

한달에 1천만원을 번 사람은 3백만원의 세금을 내도 큰 문제가 없지만, 1백만원의 월급으로 빠듯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30만원을 세금으로 내려면 휘청하겠죠. 부자와 가난한 사람간의 빈부격차가 더 커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20세기 들어와 등장한 게 돈을 많이 벌 수록 세율도 높이는 누진세율 방식입니다. 1909년 영국의 로이드 조지 수상이 처음 도입했죠. 예를 들어 1백만원을 번 사람은 10%만 세금을 내도 되지만, 5백만원을 번 사람은 20%, 1천만원은 30%씩으로 점차 높여가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이같은 방식으로 소득세를 매기고 있고, 기업들이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내는 법인세, 재산을 물려줄 때의 상속세 등 대부분의 세금에도 누진세율을 택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가장 공정한 방법이라고 여겨지고 있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어요. 누진율을 얼마로 정하느냐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영국은 70년대까지 가장 높은 누진세율을 83%(근로소득)에서 98%(금융.부동산 소득)로 했는데, 이 때문에 큰 문제가 생겼어요.

많이 벌어봐야 나라에서 거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가져가니 누구도 열심히 돈을 벌려 하지 않고 나라에서 주는 생활비나 복지혜택만 누리려는 이른바 '영국병' 이 생긴 것이죠. 그래서 유명한 마가렛 대처 전 수상이 들어서 가장 높은 세율을 40%로 내렸답니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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